[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대구, 단편영화를 위한 시간…짧지만 강렬해! 대구서 즐기는 단편영화의 매력

제24회 대구단편영화제 포스터.

강렬한 한 줄!

과거 대구에서 살았던 시인이 쓴 한 줄 시 구절이 너무 감각적이어서 놀란 적이 있다. 짧은 문장 하나에 우주를 담아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름다움도, 슬픔도, 시대적 고민도 모두 단 몇 글자에 담겼다. 그 한 줄이 우연한 천재(天才)의 산물인지, 수많은 고민과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얻어진 결과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시 속의 강렬한 한 줄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있다. 꽉 차 있는 것 같으면서도 비어있는 '여백'은 독자들에게 작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문장을 구성하는 감각적인 스타일은 시대를 뛰어넘는다. 그렇게 짧은 한 줄은 사람들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것이 시의 매력이다.

짧지만 강렬하다는 점에서는 '단편영화'도 뒤지지 않는다.

단편영화란 보통 러닝타임 30분 이내의 영화를 일컫는다. 장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보다 함축적이고 강렬한, 또 다른 매력을 단편영화에서 발견해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실험적인 시도도 단편영화를 통해 이뤄져 왔다.

여름의 끝자락, 대구에서 단편영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대구단편영화제가 지난 23일 개막, 28일까지 열린다.

대구라는 도시는 또 어떤가. 누가 뭐라고 해도 대구는 멋과 감각이 살아있고, 그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는 도시다. 자유로우면서도 농밀한, '감각의 결정체' 같은 단편영화와 대구라는 도시의 만남은 이렇듯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단편영화를 사랑하는 전국의 영화인과 관객들이 바로 지금 대구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놀라운 상상력이 담긴 다양한 단편영화 작품들과 함께 말이다.

이번 대구단편영화제에서는 그야말로 '빛나는 상상력'이 담긴 여러 편의 경쟁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작품은 한 개인의 삶 깊숙이 들어가기도 하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기도 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기도 하며, 스토리와 형식 면에서 무척 실험적인 작품도 있다. 예민하게 시대와 시간을 반영한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또한 영화제에는 다양한 시각이 담긴 초청작과 의미 있는 특별전도 마련돼 있다. '디프 초이스(DIFF Choice)'에서는 '작은 영화관에 앉아서' '이다영 감독전' 등 3개의 주제를 서로 다른 매력으로 풀어낸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제주, 강원, 광주 등의 최신 단편을 초청하는 '지역단편특별전'과 대구단편영화제의 제작지원 프로젝트인 애플피칭 수상작들을 소개하는 '대구단편신작전'도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영화제 기간 전후 '디프 앤 토크'를 비롯한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만나볼 수 있다.

한 영화인은 단편영화의 매력을 이렇게 표현했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단편영화 '나랑 아니면'으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박재현 감독은 "단편영화는 말 그대로 짧은 분량의 작품이다. 짧은 분량의 영상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그 자체로 어떤 매력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문학을 예로 들자면, 장편소설을 읽는 사람이 많지만 시나 단편소설에 매력을 느끼고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대구에서도 좋은 영화 작품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 영화제가 전국에서 만들어진 단편영화를 함께 감상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을을 앞둔 지금, 대구에서 '단편영화를 위한 시간'을 한번 가져보는 건 어떨까.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