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일 수성아트피아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티볼트 역..."'매력적인 악역' 표현하고 싶었다"
"10대 본 '로미오와 줄리엣' 보고 발레리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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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대구 무대에 오른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재용. ⓒAlice Blangero |
"오랜만의 내한 공연,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대구에서 첫 공연을 했습니다."
최근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안재용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공연 소감을 전했다. 그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수석무용수로, '백조의 호수' 왕자 역 등 여러 작품에서 주역으로 활약했다.
'현대발레의 거장'으로 불리는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이끄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세계 정상급 컨템퍼러리 발레단이다.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작품 속에 녹여낸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은 지난 7~8일 수성아트피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다. 4년 만에 이뤄진 내한 공연의 첫 무대가 대구였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신선하고 감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한 첫 공연에서 안재용은 주요 배역 중 하나인 티볼트 역으로 출연했다. 안재용의 티볼트는 '신스틸러'였다. 검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 티볼트는 연신 카리스마 있는 몸짓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티볼트는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이죠. 단순한 악역을 넘어 굉장히 남성미가 있으면서도 부유한 느낌이 나고, 섹시함이 우러나오는 그런 인물이에요. 그러면서도 줄리엣을 좋은 집안 남자인 파리스와 결혼시키고 싶어 하는 면모도 보이죠. 티볼트를 '매력적인 악역'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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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 검은 의상을 입은 남성이 안재용. 노진실 기자 |
안재용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10대 때 마이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보고 그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발레리노를 꿈꾸는 하나의 계기가 됐고, 이후 열심히 연습해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하게 됐어요. 그런 작품으로 내한 공연을 하게 돼 더욱 뜻깊은 마음입니다."
대구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그를 향해 더욱 힘찬 박수를 보냈다.
"2019년 '신데렐라' 공연으로 대구를 찾았는데, 관객들이 굉장히 따뜻하게 맞아줬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대구 관객과 다시 만나게 돼 기뻤습니다. 저는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대구 공연이 끝난 뒤 사인회에서 관객이 '다시 봐서 반갑고, 공연 재미있게 봤다'며 소감을 이야기해주셔서 행복했습니다. 발레와 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안재용은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때 발레를 시작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에서 활약하기까지 많은 한계를 극복해야 했던 그에게 앞으로의 바람에 대해 물었다.
"남몰래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제가 가진 생각이나 예술철학을 무대에서 춤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는 꿈을 항상 가지고 살았어요. 발레리노는 보통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은퇴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춤을 출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무대에 한번 오를 때마다 정말 그 시간을 소중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 무대, 한 무대 뜻깊고 멋진 순간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되고 싶습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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