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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희생과 디테일이 실종된 대구정치

2023-11-29

양지에 길들여진 정치
현안 대응 응집력 결여
얌전한 샌님만 한가득
보수성지 프레임 그늘
책임주의·세밀함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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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정경부장

대구 상공인들은 국민의힘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대구회생법원 설치를 줄곧 요구했다. 줄도산하는 기업들 중 옥석을 가려 경쟁력 있는 곳을 되살리려면 전문법원이 필요해서다. 결과는 허무했다. 올해 3월 부산·수원에만 회생법원이 설치됐다. 대구 상공인들은 지난 9월 지역 국회의원에게 이 사안을 꼭 챙겨달라며 읍소했다. '알겠다' '잘 될 것이다'란 말만 돌아왔다. 뭐가 잘되고 있을까. 가시적인 움직임은 하나도 없는데….

대구시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 0순위로 미는 기업은행 유치도 힘에 부친다. 지역 중소기업은 물론 이미 이전한 공공기관들이 기업은행을 협력 파트너로 선호한다. 실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옮기려면 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2020년 8월 대구 한 의원이 법 개정을 대표발의했지만 3년째 이렇다 할 액션이 없다. 부산 의원들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아예 대선공약에 못 박게 했다. 요즘 본점 이전을 위한 법 개정작업에 열을 올린다. 부럽다.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에는 공천혁신 바람이 거세다. 중심엔 '희생'이란 단어가 묵직하게 자리한다. 당 혁신·인적 쇄신을 위해 기득권 의원들은 불출마하거나 험지로 가라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질색하는 '기득권 카르텔'의 정치버전을 혁파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정치 생명이 끊길 위기감에 다선 및 당 지도부 의원들은 저항이 만만찮다. 일면 이해는 가지만 희생의 숭고한 가치(?)도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멀리 갈 것 없다. 야당과 수도권 '빅마우스'들이 보수의 성지라고 부르는 대구 상황을 보면 희생의 가치공유는 더 절실해진다.

4년마다 치러지는 대구지역 총선은 '김빠진 맥주'다. 아무런 감동도 감흥도 없다. 경선으로 시끌벅적하다가 공천만 확정되면 선거는 끝난다. 보수정당의 기(氣)가 너무 센 탓에 다른 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현직 의원은 젖과 꿀이 흐르는 이곳을 스스로 걷어찰 리 없다. 언제까지 반쪽(공천) 선거를 반복해야 할까. 혁신을 위한 희생 요구를 거부한다면 당은 결별도 고려해야 한다. 대신할 청년 정치인은 차고 넘친다.

대구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대구 정치인들은 '너무 얌전하다' '샌님같다'고. 존재감이 약한 데다가 매년 11월 국정감사 때만 바짝 뛴다. 그나마 여성 의원들은 좀 낫다. 시민은 국회 내 대구 출신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누군지도 잘 모른다. 일을 안 하고 정치적 관심도 없다. '보수성지 프레임'의 짙은 그늘이다. 서울·부산처럼 대구가 특정 당의 우세를 점치기 힘든 '스윙 보터(swing voter)' 지역이라면 과연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현직 대구 의원을 '비만 고양이'라고 저격했다. 여기에 대놓고 항변을 못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내년도 지자체별 국비사업 예산확보를 위한 이른바 '쩐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역 의원에게 묻고 싶다. 정치적으로 희생할 용기가 없다면 디테일이라도 추구하자고. 소속 상임위 관할 정부부처와 기획재정부만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보지 말고, 보이지 않는 실세를 찾아내 소통창구로 활용하고 쉼 없이 확답받아야 한다.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확실히 매조지는 습관을 들이자. 얌전한 샌님 정치인만 계속 발붙이고 있는 한 대구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하다.
최수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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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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