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상의 고물상 <1> 폐건전지
2023년 한 해 대구 폐건전지 273톤 수거
수거·분류된 폐건전지 공정 거쳐 재활용
조금 비싸도 재사용 가능 '충전지' 인기
"오히려 경제적이고 쓰레기 감소에 도움"
영남일보 취재진이 모은 폐건전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10개씩 5줄씩 200개를 정리해놓은 모습. 다른 상자에 50개를 더 담았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
도어락, 리모컨, 무선 마우스·키보드, 게임기, 휴대용 라디오, 낚시용 손전등…. 생활에서 쓰이고 수명을 다 한 건전지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폐건전지는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해선 안 된다. 건전지 대부분은 인체에 해로운 납, 수은, 카드뮴 등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땅에 묻거나 일반쓰레기와 함께 태우면 토양·대기·수질오염의 원인이 된다. 폐건전지는 아파트·행정복지센터 등에 비치된 수거함으로 모아 분리배출 해야한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에 따르면 대구시(군위군 포함)에서 2023년 한 해동안 총 273.42t의 폐건전지가 수거됐다. 지자체에서 수거된 폐건전지의 92%는 흔히 사용하는 망간/알카리건전지다. 이렇게 수거된 폐건전지는 종류별로 분류돼 각 전지별 재활용업체로 옮겨진다. 여기서 건식·습식·소각 등 과정을 거쳐 스크랩(부스러기) 등 각종 소재로 재활용된다.
또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폐건전지 1만 톤으로 1천700톤의 망간과 2천톤의 아연을 회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망간을 전량 수입하고 아연은 자급도가 낮아 폐건전지를 제대로 수거하기만 해도 경제적인 효과도 볼 수 있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모은 폐건전지와 교환해온 새 건전지. 폐건전지는 약 250개를 모았으나, 취재진이 방문한 행정복지센터는 재고 사정상 200개만 수거, 건전지 10세트(20개)를 받아왔다. 사진은 200여개 폐건전지와 새 5세트의 모습.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
◆모아서 교환할 수 있는 폐건전지
영남일보 취재진이 폐건전지를 모아 인근 행정복지센터에서 새 건전지로 교환했다. 이형일기자 hilee@yeongnam.com |
5일 영남일보 취재진 2명이 대구 동구 한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폐건전지 200개를 건네고 새 건전지 20개(10세트)를 받아왔다. 교환할 때는 이름·주소·연락처와 건넨 건전지·교환한 건전지 개수를 교환대장에 적으면 된다. AA사이즈 또는 AAA사이즈 중 선택할 수 있다. 교환해주는 비율은 20개당 1세트로 고정돼 있으나, 행정복지센터마다 새 건전지 재고에 따라 교환 최대치를 다르게 두고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해야한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이형동(32)씨는 "10% 환급 받는 셈인데, 이정도면 이득"이라며 "건전지를 자주 쓰지 않더라도, 폐건전지를 잘 모아서 교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전지재활용협회가 조사한 연도별 재활용 의무이행 현황에서 2022년 전국에서 망간/알카리전지는 1만5천87t이 출고됐고 이 중 4천707t이 재활용됐다. 2021년에는 1만5천69t을 출고, 4천445t을 재활용했다. 2022년에는 재활용률을 100%, 2021년에는 104% 달성했다.
◆폐기물 줄이고 경제성 잡는 충전지
버려지는 건전지를 줄일 순 없을까. 충전해서 쓰는 건전지, 니켈 이차전지, 이른바 '충전지'가 있다.
충전지는 말 그대로 충전을 해 여러 번 쓸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망간/알카리전지보다 폐자원배출감소에 도움을 준다. 게다가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가구를 생산·판매하는 외국계기업 이케아에서도 충전지와 충전기를 판매하는데, 이 제품에는 "쓰레기를 줄여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마음으로 구매했다" "환경을 고려한 제품"이라는 후기가 적혀 있다.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에너자이저의 일회용 AA사이즈 알카리 건전지 36개를 공식판매처에서 2만1천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개당 608원 꼴이다.
같은 에너자이저의 니켈수소 충전지는 한 대형마트에서 AA사이즈 충전지 4개와 충전기 1개를 묶어 3만7천700원에 판매한다. 이 충전기의 설명서에는 △최대 5년 △약 700회 충전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충전지만 4개 구매하면 1만4천900원으로 개당 3천750원이다. 3천750원에 충전시간과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하는 전기요금을 생각하더라도 5년간 700번 쓸 수 있으니 경제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케아의 제품도 가격에서 이점이 있다. 충전기는 8천원, 충전지는 용량에 따라 4개 8천900원에서 1만2천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쓰면 쓸수록 충전시간은 길어지고 지속시간은 짧아진다는 주장도 있었다. 충전지를 쓰던 성윤호(경산·47)씨는 "낚시나 자전거용 랜턴에 사용하는데 요즘엔 일회용 건전지가 잘 나오니 여러 개 사놓고 바꿔주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충전이 된다고?" "요즘도 쓴다" 각양각색 충전지 경험
'혹시 충전지라는 것, 건전지를 충전해서 쓸 수 있다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20대 중반 인턴사원은 "충전이 되는 건전지가 있다는 자체를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20대 후반부터는 "어릴 때 종종 사용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30대 초반 한 남성 직장인은 "군 복무시절 CD플레이어에 넣어 사용했다"고 말했다. 사용 이유로는 "'군대'라는 특성상 필요할 때 건전지를 바로바로 살 수 없었다. 게다가 군대에서 적은 월급을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충전지를 썼다"고 말했다.
40대 초반인 직장인 A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장난감에 많이 사용했다"고 했다. 또 "학창 시절 수학여행 갈 때 커다란 카세트 테이프에 충전전지를 넣어 가져갔다"고 회상했다. CD플레이어와 워크맨 같은 소형전자기기에 사용한 이들이 많았다. 40대 직장인 B씨 역시 "10대 초반 장난감과 미니카 등에 많이 썼다. 학창시절에는 워크맨에도 넣어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전지재활용협회는 건전지를 포함한 각종 배터리의 수거·재활용 등을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협회 측에 따르면 모든 전지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충전지도 수거와 분리를 거쳐 재활용 할 수 있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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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상 기자
일기 쓰는 기자 박준상입니다. https://litt.ly/junsang이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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