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당 지하서 지상 연결 에스컬레이터 ‘운행 중단’
무더위 속 노약자, 멈춘 에스컬레이터 앞서 큰 불편
시민들 “잦은 고장, 원인 규명·대책 마련해야”
22일 오후 대구 반월당 지하도상가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의 운행이 멈춰있다. 노진실 기자
대구 반월당 지하도상가와 지상을 잇는 에스컬레이터가 보름 넘게 운행을 정지하면서, 노약자를 비롯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에스컬레이터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정비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상가와 지상을 잇는 반월당역 13번 출구 에스컬레이터가 지난 4일쯤부터 고장으로 운행이 정지된 상태다. 이날 오후 2시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가보니, 에스컬레이터의 운행이 여전히 멈춘 상황이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진입 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었다. 안내문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운행 정지했으니 다소 불편하더라도 우회 계단을 이용해달라. 에스컬레이터 부품 수급 지연으로 정비에 시일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반월당 지하도는 대구도시철도 1·2호선 환승역이 위치한데다 대규모 상권이 형성돼 있어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또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와도 가까워 연일 이용자들로 붐빈다.
이날도 단 20여분 만에 수십명의 시민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려다가 '운행 정지' 안내문을 보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 특히 몸이 불편한 시민이나 고령층은 안내문을 읽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아직도 안 고친 것이냐"라며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있었다.
대구 반월당 지하도상가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의 운행이 멈추면서 시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지상으로 올라가고 있다. <노진실 기자>
22일 오후 대구 반월당역 13번 출구 옆 에스컬레이터에 '진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노진실 기자
에스컬레이터 앞쪽에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었지만, 무더운 날씨로 노약자들은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버거운 상황이었다. 에스컬레이터 근처를 한참동안 못 떠나고 있던 한 80대 어르신(남구 대명동)은 "내가 건강이 좀 안 좋다. 오늘 시내에서 중요한 일이 있어 어렵게 나왔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안 되니 참 낭패"라며 "계단으로 올라가면 넘어질 것 같아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말하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이번에 고장이 발생한 반월당역 13번 출구 쪽 에스컬레이터를 비롯해 반월당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평소에도 잦은 고장으로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대구교통공사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는 "반월당역 13번 출구 및 지하 승강장에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약 1개월 가량 수리 예정이라고만 공지돼 있으며, 정확한 기한 없이 방치 중인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시민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시민은 "에스컬레이터 고장 때문에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지팡이를 들고 겨우 한걸음 내딛으며 한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며 "또 할아버지 한 분이 계단을 오르다 넘어질 뻔한 일도 있었다"라며 수리 계획을 물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반월당 에스컬레이터 운행 정지·부품 수급 지연에 대한 철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월당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권재현(44·달서구 용산동)씨는 "출·퇴근 때문에 거의 매일 이곳을 지나는데, 반월당 지하와 지상을 잇는 에스컬레이터가 너무 자주 멈추는 것 같다. 최근에만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었다"며 "에스컬레이터가 자꾸 고장을 일으키다 안전사고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살 자녀와 함께 반월당역을 찾은 주부 이주은(39·동구 신천동)씨는 "반월당은 특히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노약자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시민 편의는 물론 안전을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갈 일이다. 부품 수급이 안 돼 제때 대응을 못하는 상황이라니 안타깝다"고 했다.
대구시 사무의 공공기관 위탁·대행에 관한 조례에 따라 반월당 지하도상가의 관리·운영 사무는 지난해부터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맡고 있다.
주요 위탁 사항은 △지하도상가 안전관리 및 시설·장비 유지보수 △지하도상가 유통경제 질서 확립 및 공정한 상거래 유지 △그밖에 운영에 필요한 사항 등이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측은 "반월당 에스컬레이터는 연식이 20년이 넘은 노후화된 에스컬레이터다. 그래서 더 안전 관리에 신경을 써왔는데, 기계 노후화로 인한 고장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운행이 정지된 곳은 반월당 에스컬레이터 중에서도 이용객이 가장 많은 곳이라 평소 기계에 무리가 많이 간 편이었다"면서 "이번 고장의 주요 원인은 노후화로 보고 있으며, 에스컬레이터가 워낙 옛날 모델이다 보니 부품(구동기)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음 주 중에는 부품을 확보해 수리를 완료할 예정"이라며 "근본 대책 마련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며, 그 이전에 예비부품 확보를 통해 고장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대구보건대 백찬수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노후화된 에스컬레이터는 기계 성능 저하로 갑자기 정지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자칫 안전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라며 "노후 장비는 가장 중요한 것이 수시 관리 및 고장 예방이다. 전문업체의 에스컬레이터 정밀 진단과 함께 근본적으로 기계 교체가 가능한지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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