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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0m 거리에 실외 골프연습장?…허가 내준 달서구 논란

2024-06-04

달서구, 지난해 12월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
주민·학교 "의견수렴 안 한 구청 이해 안 돼"
"소음, 빛, 일조권 등 학습권·재산권 침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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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대구 달서구 도원고등학교로부터 20m 떨어진 거리에 실외 골프연습장 건축을 앞두고 문화재 발굴 조사가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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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구 달서구 도원동 일대에는 주민들의 골프연습장 건축 허가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달 31일 대구 달서구 도원고로부터 20m가량 떨어진 거리에는 문화재 발굴 조사로 땅이 일궈져 있었다. 한쪽에는 대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도원고 교실 창문이 보였고, 다른 한쪽에는 언덕이 보였다. 언덕 너머엔 지역 대표 저수지인 도원지가 자리했다. 이곳에는 연 면적 1만 4천여㎡에 9층 높이 규모의 골프 연습장이 지어질 예정이다.

달서구 도원동 일대 학교와 아파트가 인접한 지역에 실외 골프 연습장 건축 사업이 허가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인근 학교·주민 등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소음공해, 일조권 침해, 비산 먼지 등으로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현재 달서구가 추진 중인 생태축 복원사업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달서구는 지난해 12월 이곳에 골프 연습장 건축을 허가했다고 3일 밝혔다.

인근 학교는 허가가 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허가 사실을 알고 급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주변에 있는 도원초·중·고교의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등은 소음공해, 일조권 침해 등을 문제 삼아 구청에 허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박대호 도원고 교장은 "학부모, 학생 모두 골프 연습장 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체육시설이라고 전달받았었는데, 지난달 20일에 주민들을 통해 골프 연습장이 지어진다고 들었다. 그래서 급히 학교 운영위원회와 학부모 대표 등을 소집해 회의를 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달서구청은 아무런 의견 수렴 과정 없이 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에선 지난해 11월에 '학교와 사전에 협의하는 조건으로 승인하길 바람'이라고 달서구청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아무런 협의가 없었는데 달서구청에서 지난해 12월 허가해준 것"이라면서 "민원이 빗발친 이후에야 사업 시행자 측에서 정식 협의 요청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골프 연습장 건축을 반대했다. 주변에 있는 롯데 캐슬레이크 아파트 주민들은 소음 공해, 일조권 침해, 빛 공해 등을 이유로 이달 중 달서구청 앞에서 집회도 열 계획이다. 황선주 비대위 사무국장은 "달서구에서 주민 공청회 한번 없이 골프 연습장 허가를 내줬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안 된다"며 "왜 우리가 밤늦게까지 환한 빛을 보고 골프공을 치는 소리를 들어야 하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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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도원동 골프연습장 공사가 예정된 곳에는 언덕이 보였다. 이 언덕 넘어에는 원앙, 수달 등이 발견되는 도원지가 위치해 있다.


현재 달서구에서 진행 중인 생태 축 복원 사업과도 정면 배치되는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달서구는 지난 2021년부터 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수밭골천~도원지~진천천~달성습지 구간에 걸쳐 도시생태축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도원지는 수달, 원앙 등이 종종 발견되는 곳으로 생태축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데, 골프 연습장으로 오히려 동물들을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원지 주변에서 밤마다 운동한다는 곽모(45·달서구)씨는 "최근 운동을 하다가 현재 정확히 골프 연습장 건축이 예정된 위치에 수달이 지나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공사로 이곳에 소음, 불빛 등이 심해지고 길이 끊기면서 수달들이 떠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달서구 관계자는 "사유지여서 어떤 시설이든 구청이 나서서 허가를 막을 방법이 없다. 또 소음 시뮬레이션 업체로부터 법적 소음 기준보다 낮은 것을 확인했고, 골프 연습장 업체에도 소음, 조명 등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과 학교 측은 "소음 시뮬레이션 업체도 골프 연습장 사업시행사와 계약한 업체이기에 믿을 수 없는 결과"라면서 "법률 상담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건축법은 구청장의 재량권이 상당 부분 작용한다. 권한이 없다는 것은 핑계"라고 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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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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