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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마음에 안 들면 '기레기'고, 들면 정론직필인가

2024-06-21

이재명 대표 해명했지만
언론 '애완견' 논란 지속
신뢰도 문제까지 겹쳐
野 언론 악마화 지속될듯
언론자체 기능약화 우려

[하프타임] 마음에 안 들면 기레기고, 들면 정론직필인가
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

최근 우리 사회 '언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발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언론을 '애완견'으로 지칭한 것 때문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면서 언론에 대해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더욱이 같은 당 소속의 양문석 의원은 유튜브에서 "애완견에 대한 지독한 모독"이라며 "보통 명사가 된 '기레기'라고 하시지 왜 그렇게 격조 높게 '애완견'이라고 해서 비난을 받는지 모를 일"이라고 한술 더 떴다.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사과하며 해명했지만 분명 석연치 않았다. 그는 "학계와 언론계는 물론 국민들도 언론을 '워치독' '랩독' 등으로 표현한다"면서 영어식 표현을 한글로 옮긴 것이라고 언론 전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직전에 한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있었다. 매년 발표되는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의 자료에서 뉴스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믿는 한국인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국 언론 신뢰도가 31%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물론 학계까지 언론은 이 대표의 언론관을 지적하기 전에 언론 신뢰도가 낮은 이유를 살펴보라고 꾸짖기까지 했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2016년 22%에서 상승하고 있다는 내용은 쏙 빼놓고 말이다.

사실 이 같은 정치권의 '언론 탓'은 흔한 일이다. 정치와 언론 사이의 복잡한 관계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정치인들은 언론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고, 언론은 이들의 행동을 기사 또는 보도로 전달한다. 이 대표의 말처럼 '감시'의 역할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같이 건전한 '긴장관계'도 있겠지만 언론과 정치권이 서로를 이용하는 일도 흔하다. 정보 '흘리기'와 '악의적 해석' 등 서로가 비판 받아야 할 점이 많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우려되는 점은 언론 기능의 약화다. 민주당의 이 같은 언론에 대한 시선은 단순한 언어적 실수가 아니라 언론과 정치 사이의 관계를 깨버리고 공세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과 맞지 않는 보도가 나오면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한다. 직접 항의부터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손쉬운 대응이 가능하다. 소송도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이 택한 것은 여론전이다. 언론과 기자에 대한 나쁜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기자는 AI가 아니다. 언론에 대한 비판을 넘어선 조롱은 분명 언론인들에게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워치독 역할을 하려면 서로 존중하고 견제하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필요한데 이 대표가 택한 것은 언론의 '악마화'다. 반론보도 청구와 같은 공식적인 대응이 아니라 언론 자체에 맹비난을 택한 것은 스스로 건전한 관계가 아닌 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사과는 했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의 행태는 언론을 무너뜨리겠다는 뜻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언론이 필요하다고는 주장하지만 언론을 자신들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이 지속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175석의 민주당이 주도하는 22대 국회가 막 시작했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언론의 악마화가 이어질 텐데 말이다.
정재훈 서울본부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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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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