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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핵직구] 한동훈을 말리고 싶다

2024-06-26

[돌직구 핵직구] 한동훈을 말리고 싶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엊그제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출마선언문과 기자회견 내용을 접하고 마음이 너무 착잡해졌다. 첫째 그의 책임회피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총선 결과에 대해 '오로지 저의 책임'이라고 전제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출마선언문에서 '정권심판'이란 단어를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언급했다. 이는 보기에 따라선, 총선패배의 주된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에 있었다는 암시일 수 있다. 심지어 '여러분이 나라를 살려달라'는 자신의 호소에 유권자들이 개헌저지선을 지켜주었다고 말했다. 요약하면 윤통의 오만과 실정 때문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질 뻔했으나, 자신의 공으로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는 것이리라. 총선패배에 윤통의 책임이 크다는 건 인정하지만, 적어도 한동훈이 할 얘기는 아니지 않은가.

집권 3년 차 총선에서 누구나 정권심판론을 예상한 상황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108일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둘째는 그의 섣부른 대권도전 선언 때문이었다. 그의 당 대표 출마선언문은 사실상 대통령 출마선언문처럼 길고 내용이 방대했다. 그가 언급한 이슈만 해도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건보재정, 국민연금, 지방소멸, 국방, 첨단산업 및 기술패권 경쟁과 공급망재편,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AI, 소형모듈원전, 데이터센터 유치 등 숨이 찰 정도다.

그의 출마선언문에는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 그리고 젠슨 황까지 소환됐다. 한 후보가 칩거 두 달 동안 도서관에서 세계경제 관련 서적을 많이 읽은 것은 이해가 가지만, 당내 선거에서 시쳇말로 너무 오버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우주개발과 핵무장 문제는 왜 언급에서 빠졌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한 후보는 또 청년 시절부터 정치를 시작한 독일의 콜 수상,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 등을 언급하면서 정당이 젊은 청년들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런 젊은 정치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케이스가 고관대작을 지내다가 낙하산으로 정당을 점령한 한 후보 같은 경우가 아닌가. 정치도 전문분야에 속하며, 책이나 머리가 아니라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한 후보야말로 이번 총선에서 뼈저리게 느꼈을 법하다.

세 번째로 놀라운 한 후보의 발언은 탄핵의 뇌관인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전여옥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말을 참 길게도 한다'고 직격했지만, 나경원 후보 말처럼 순진한 건지, 윤상현 후보 말처럼 '민주당 대표 출마'인지 알 수가 없다.

한 후보는 민주당 특검법과는 달리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토록 하자고 했지만 재판을 할 대법원장이 수사검사를 추천하는 것은 삼권분립이나 민주주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지명한 현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을 두고 중립성 시비가 일 수도 있다. 결국 특검 찬성 주장은 여권 내부의 균열을 초래해 또다시 탄핵의 위험성을 높이는 '불장난'에 가깝다.

'민심'을 받들자는 한 후보의 뜻을 모를 리는 없다. 하지만 특검법에 다수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곧 민심일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민심을 계도할 책임도 정치지도자에게는 있다. 민심과 포퓰리즘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이 탄핵제도를 두고도 왜 대통령 탄핵을 단 한 번도 실행한 적이 없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 땅에 대통령 탄핵이란 국가적 불행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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