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공동체로 활력 충전…행복농촌마을이 된 힐링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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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안덕면 백석탄골부리 권역에 있는 백석탄은 새하얀 눈이 계곡을 뒤덮어 놓은 것처럼 아름다워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
자연이 준 선물로 마을의 발전을 꾀하는 곳이 있다. 청송군 안덕면 백석탄골부리 권역이다. 안덕면 지소리와 고와리, 노래리 등 3곳의 마을이 위치한 백석탄골부리 권역에는 청송군의 도시브랜드인 '산소카페'와 '슬로시티'를 동시에 접할 수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에 매료돼 자연스레 발걸음이 멈춰서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힐링의 장소로 제격이다.
백석탄골부리 권역에는 청송을 넘어 국내를 대표하는 지질 명소가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인 백석탄 포트홀이다. 백석탄은 하얀 돌이 반짝이는 계곡을 뜻한다. 포트홀은 자갈이 하천 바닥에 만들어진 틈 속을 돌면서 암석을 깎아 만든 항아리 모양의 둥근 구멍을 일컫는다. 백석탄 포트홀을 보면 새하얀 눈이 계곡을 뒤덮어 놓은 것처럼 아름다워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경관은 사시사철 볼 수 있으며, 계절마다 풍광이 변하면서 각기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 밖에도 붉은색을 띤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만안 자암 단애(萬安紫巖斷崖)가 있으며 인근에는 신성리 공룡 발자국 화석지와 방호정 감입곡류 하천 등이 있다. 이 모두 한반도 형성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지질 교육장이며, 마을의 젖줄인 길안천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곳이다.
2015~2019년 총사업비 38억원 투입
권역활성화센터·생태쉼터 등 조성
정보화교육 등 통해 마을 역량강화
매년 다슬기축제 열어 관광객 유치
길안천 생태계 보전 환경정화 펼쳐
동아리·나눔활동에도 적극 참여 중
활성화센터 매출액 3년새 3배 껑충
귀농·귀촌 전입자도 꾸준히 늘어나
농촌 현안 인구감소 문제까지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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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탄골부리권역 단위 종합정비사업은 경북도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최우상을 차지했다. 청송 골부리권역 활성화센터 전경. |
길안천에는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한다는 '골부리'가 빼곡하다. '골부리'는 다슬기를 뜻하는 경북 방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금은 그 개체 수가 줄었지만, 예전에는 '자갈 반, 골부리 반'이라고 할 정도로 많았다. 다슬기는 마을의 경제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주민들은 다슬기를 채집해 판매하고 있을뿐더러, 권역 명칭처럼 마을 이미지 구축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산소 카페 청송 다섯 번째 이야기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마을의 발전을 도모하는 백석탄골부리 권역의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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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탄골부리권역 활성화센터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위부터 야외공연장, 놀이터 집라인, 야영장 캠핑데크. |
◆청송 안덕면, 정비사업으로 활력 되찾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한 권역 단위 종합정비사업은 생활권이 같은 여러 개 마을을 소권역으로 설정, 지역의 특성과 잠재 자원을 활용해 소득기반 확충과 생활환경 정비, 경관 정비, 지역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다. 백석탄골부리 권역사업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됐으며, 국비 등 총사업비 38억원이 투입됐다. 기초생활기반 사업으로 권역활성화센터와 생태 쉼터, 다목적 주차장, 광장 등이 조성됐다. 데크와 굽이굽이 둘레길 조성, 길안천 정비, 안내간판 등을 설치해 지역 경관도 개선했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보화 등 다양한 교육을 벌이고, 사업 활성화를 위한 컨설팅과 마을 경영 교육 등 지역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실시했다. 현재 활성화센터에서는 캠핑장을 비롯한 숙박시설과 다슬기 채집 및 다슬기 김밥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는 '백석탄 다슬기 축제'도 열어 마을을 홍보하고 관광객도 끌어들이고 있다. 다슬기 축제는 200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마을을 대표하는 행사다. 운영위원회에서는 주 1회 회의를 진행하며 마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해마다 활성화센터를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2021년(8~12월) 754명, 2022년 1천770명, 2023년 2천556명으로 방문객 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매출액도 2021년 1천674만원에서 2023년 4천866만원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상승했다. 농촌 지역의 가장 큰 문제 현안인 인구감소세도 보이지 않고 있다. 활성화센터가 위치한 지소리의 경우 2019년 167명, 2020년 165명, 2021년 161명, 2022년 166명, 2023년 165명으로 최근 5년간 16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귀농·귀촌인 등 마을에 인구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전입자 수는 82명에 달한다. 이러한 성과로 백석탄골부리 권역 단위 종합정비사업은 2023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추진한 '제10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입선했으며, 같은 해 경북도에서 진행한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서는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처럼 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을 통해 백석탄골부리 권역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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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탄골부리권역 활성화센터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위부터 야외공연장, 놀이터 집라인, 야영장 캠핑데크. |
◆주민이 하나 되는 마을 공동체 프로그램
권역 단위 종합정비사업 주민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하나로 시작한 악기 동아리는 이젠 마을을 소개할 때 뺄 수 없을 정도로 자랑거리가 됐다. 동아리 회원들은 안덕면 한마음 대잔치와 같은 지역 내 행사는 물론 인근 요양병원을 방문해 재능기부를 하는 등 마을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지금도 주 1회 활성화센터에 모여 연습을 진행하며 실력을 갈고닦고 있다. 농사일 등 생업으로 연습이 힘들 법도 하지만 회원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악기를 연주하며 일상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고, 농촌에서 누리기 힘들었던 취미활동이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마을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뿐만 아니라, 팀을 나눠 활성화센터와 캠핑장, 골부리 광장 등을 청소하며 환경미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수면 어업계 법인은 지역 자연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2009년 설립해 길안천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법인 설립 이전부터 길안천 생태계 보전에 힘썼다. 1999년 내수면 어촌계로 지정된 이후 무분별한 다슬기채집을 막아왔다. 다슬기 종패 방류도 한다. 종패 방류는 봄과 가을에 진행하고 있으며, 그 양은 연간 100㎏이 넘는다.
2021년 설립한 백석탄골부리 영농조합법인은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운영하며 경제 활동도 벌인다. 이들은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주 1회 회의를 진행하며 마을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귀농·귀촌인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도 열심이다. 법인 조합원 44명 중 귀농·귀촌인만 11명(25%)에 이른다.
지역 나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진행한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에 입선해 받은 상금 중 100만원을 청송군 인재육성장학금으로 기부했으며, 올해 2월에도 안덕면사무소를 방문해 이웃돕기 성금 50만원을 쾌척하는 등 지금껏 기부한 금액이 1천7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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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탄골부리권역 활성화센터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위부터 야외공연장, 놀이터 집라인, 야영장 캠핑데크. |
◆젊은 세대가 살고 싶은 최고의 농촌마을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고 머물고 싶은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정학 백석탄골부리권역 활성화센터 위원장의 당찬 포부다. 김 위원장의 포부처럼 백석탄골부리 권역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권역단위종합정비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주민들은 끊임없이 노력하며 미래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사업비 3천400만원을 확보해 어린이 놀이터를 조성했으며, 2021년에는 농어촌체험·휴양마을사업자에 지정되는 등 마을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송군은 안덕면 백석탄골부리 권역을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캠핑장 사이트 추가 설치와 농어촌 민박 연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특산품 개발 및 식당 확보 등을 모색하고 있다. 또 로컬푸드 판매장 운영 검토, 다슬기 가공품 판매처 확보, 주민 관광 해설사 육성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다슬기 축제 활성화를 위해 방문객 편의시설 확대 등을 강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마을이 지금껏 성장하기까지 주민들의 단합과 화합, 그리고 개인 사리사욕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 생각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백석탄골부리권역이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농촌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글=유병탁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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