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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대구와 첫 인연 그리고 10년

2024-07-31

본사 이전 공기업과 티웨이
핵심 기능은 온통 서울 중심
心身 분리형 기업 이전 한계
지역 특화형 정책사업 부재
상생형 화학적 결합 시급해

[동대구로에서] 대구와 첫 인연 그리고 10년
최수경 정경부장

2014년 대구 신서혁신도시를 중심으로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했다. 전국 혁신도시 중 가장 빨리 이전이 완료됐고, 국가균형발전의 디딤돌을 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부동산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이름이 오르내리는 횟수는 확실히 잦아졌다. 하지만 거리감은 여전하다. 지역 사회와의 상생협력을 외쳤지만 '말의 성찬'에 그쳤다. 눈에 띄지도 않고 체감적으로 와닿지도 않는다. 대구로 이전한 공공기관 본사 건물은 유난히 웅장해 보인다. 서울 지사가 마치 본사 같다. 대구는 강산이 한번 변할때까지 빈 껍데기만 안고 있은 걸까.

늘 파리만 날리던 대구국제공항 여객터미널은 2014년 갑자기 붐비기 시작했다. 그해 이용객 수는 153만명. 전년보다 50만명 가까이 늘었다. 저비용항공사인 티웨이항공이 대구~제주 노선에 첫 취항하면서 생긴 변화다. 대구공항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대구시는 티웨이와 더 끈끈한 관계를 맺기 원했다.대구경북신공항이 개항하면 확실한 우군이 돼 줄 것으로 여겼다. 2022년엔 대구로 본사까지 옮겼다. 특히 올해는 대구공항에 비행기를 띄운 지 10년째 되는 의미 있는 해여서 상징성이 크다. 현실은 달랐다. 극도로 조용하다. 아직도 인력 대부분은 대구 본사를 두고 서울에 머물고 있었다.

불가(佛家)에선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하물며 처음 연을 맺고 10년이나 지났다면 일상적 관계 이상으로 발전될 수 있다. 물리적 편제가 아닌 화학적 결합도 가능하다. 대구는 이 단계까지 가려면 한참 멀었다. 언젠가 마음을 열 것으로 기대하며 주구장창 짝사랑만 해댄다. 상대는 미동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대구기업이라고 자랑하고 싶어도 지역에서 그만한 사회적 기여를 하지 않으니 말이 쉽게 떨어지질 않는다. 신뢰가 동반되지 않은 것이다. 대구로 이전한 공공기관 중엔 일정 규모를 가진 번듯한 협력사업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전국 이전 공공기관이 다 이행하는 지역인재 채용이 고작이다.

그나마 기대했던 한국가스공사의 900억짜리 수소 R&D캠퍼스 조성사업은 재정난을 이유로 불발됐다. 지역사회의 상심이 컸지만 가스공사는 이후 그럴싸한 대체사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른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대구 청년과 중소기업 등에 특화된 정책 제시나 통계자료를 요청하면 난색을 표한다. 기관장 인터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문턱을 높여놓고 서울쪽 언론사 분위기를 먼저 살핀다. 지역기여형 공공기관으로서의 가치는 당최 찾아보기 힘들다. 지역에 밀착하면 전국적 관심사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앞으로 지향해야 할 '지방분권 시대'에도 많이 역행한다. 민간기업인 티웨이도 본사 주소만 대구에 있을 뿐 사실상 수도권 기업이다. 인력·중요 의사결정 권한·마케팅 역량은 모두 서울에서 좌지우지한다. '무늬만 대구 본사기업'인 셈이다. 왜소한 본사를 목도하는 것은 고통이다.

올해 대구와 새로 연을 맺은 기업들은 좀 달랐으면 한다.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팹리스'들이 인력 수급 및 산업 인프라가 좋은 대구로 앞다퉈 몰려오고 있다. 로봇과 UAM 기업도 대구에 눈독을 들인다. 이들 기업들은 10년 뒤 대구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을 보고 싶다. 심신(心身)분리형 기업들을 보는 건 고문이다.
최수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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