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총장, 본지 인터뷰서 의평원 평가 계획 관련 입장 밝혀
"순서가 잘못돼…조만간 대학들 입장 담은 공문 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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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 총장. 영남일보DB |
"학생(의대생)들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에 평가계획서를 작성해 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이 31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홍 총장은 현재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의평원이 발표한 '모집정원 증원 의대 평가 계획'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홍 총장은 "의대생들이 아직 학교로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다. 많은 대학이 의대 수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의평원에서 왜 이 타이밍에 그런 발표를 한 것인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라며 "의평원 평가를 존중해왔지만, 일의 순서가 있지 않나. 우선 학생들이 돌아와 수업이 정상화되면 계획서를 작성하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홍 총장은 의평원의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의평원에서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에 대해 평가 기준을 기존의 15개에서 51개로 늘려 평가를 강화한다고 했는데, 여러 대학에서 그 근거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의대 증원이 됐으니 평가를 강하게 하자는 건 이해하지만, 의대 정원 3천 명일 때는 15개 항목만 중점적으로 보면 되고, 1천500명이 늘었다고 51개로 늘려야 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는 국립대에 몸담고 있지만, 사립대도 대변해야 한다"라며 "사립대와 국립대 상황 차이도 있다. 등록금이 장기 동결된 사립대의 재원 문제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하지 않고 의평원이 계획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들 일각에서는 평가 항목에 정성적인 부분이 너무 많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라며 "의평원 계획대로 라면 평가보고서 쓰다가 의학교육을 잘 못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가뜩이나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평원의 이번 발표가 또 다른 혼란과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홍 총장은 "다른 대학 총장들과 의견을 공유해서 조만간 의평원 등을 상대로 대학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평원은 지난 30일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에 대해 앞으로 6년간 매년 주요 변화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의대 증원이 학생의 선발부터 졸업에 이르기까지 연차별로 의학교육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입학정원 증원이 결정된 시점부터 졸업생 배출 전까지 총 6년간 매년 주요 변화 평가를 실시해 의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의평원이 내세운 명분이다. 이에 대해 일선 대학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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