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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2024 파리올림픽에서 '탁구 신동' 신유빈(20)과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어 이긴 일본의 하야타 히나(24)가 '가미카제 정신을 되새기고 싶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14일 NHK 등에 따르면 하야타는 귀국 후 13일 가진 도내(규슈) 기자회견에서 귀국 후 하고 싶은 일을 묻자 "호빵맨 박물관에 가고 싶다. 또 가고시마의 지란 특공 평화회관을 방문해 살아있는 것, 탁구 선수로 활동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는 취지였지만, 문제는 가고시마 특공자료관을 언급한 점이다.
'특공'이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자폭 특공대인 '가미카제'를 뜻한다. 하야타가 언급한 지란특공평화회관은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출격을 했던 전투기 비행장, 가미카제 조종사를 육성하는 육군비행학교 등이 있던 지란 지역에 세워진 역사박물관이다.
이곳은 현재 당시 가미카제 공격에 나선 전투기 모형, 가미카제에 동원된 조종사들이 유서 등을 쓰고 출격하던 막사 등을 복원해 전시해놓고 있다.
가미카제 공격의 거점이었던 가고시마현은 지난 2014년 가미카제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겠다는 하야타의 의도는 좋았지만 그 매개체가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장소라는 데서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가 주로 상대한 선수들은 전쟁 당시 일제의 침략의 피해자였던 한국과 중국이었다.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와 우정은 스포츠를 통한 화해와 평화 분위기를 불러 일으켰다.
중국 누리꾼들은 당장 항의에 나섰다. 하야타 웨이보 계정에는 '그 장소가 군국주의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고 있나'라며 지적했다.
중국 탁구 선수들도 나섰다. 여자 단식 4강에서 하야타를 꺾고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따냈던 쑨잉사와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는 하야타 계정 팔로우를 취소했다.
한국에서 하야타는 이번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신유빈과 명장면을 만든 선수로 알려졌다. 신유빈은 접전 끝에 경기에 지고도 하야타에게 다가가 따뜻한 포옹을 하며 빛나는 올림픽 정신과 패자의 품격을 보여줘 찬사를 받았다.
서용덕기자 sydkjs@yeongnam.com

서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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