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0815010001896

영남일보TV

[자유성] '마르크스 경제학' 폐강

2024-08-16

국내 대학에서 가끔씩 '권장 도서'를 선정하곤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재학생들에게 길러주기 위함이다. '100선(選)' 또는 '50선'을 정하는데, 거의 공통적으로 포함되는 책이 있다.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Das Kapital)'이다. 이 책은 오래 전 대표적 '금서(禁書)' 가운데 하나였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춤을 추던 시절, '자본론=빨갱이'라는 등식이 있었다. 하지만 '자본론'은 단순히 자본주의를 혐오하거나 비난하는 책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사회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음을 인정했다. 단지, 자본주의의 팽창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그 모순과 한계를 규명하려 했다. 이를 통해 '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만드는 해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보다 이상적인 사회' 바로 이 점이 과거 우리나라 군사 독재 정권이 금서라는 족쇄를 채우게 된 꼬투리일 게다.

저서 '자본론'을 관통하는 학문이 바로 '마르크스 경제학'이다. 근데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가 가을 학기부터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를 개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표면적 이유는 '교수진 부족'이지만,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재학생들의 관심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고(故) 김수행 교수가 1989년 개설한 이후 유지돼 온 마르크스 경제학 강의가 서울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고 김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본론'을 완역한 인물이다. 폐강을 두고 학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문의 다양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비주류 학문의 가치도 잘 보존해야 진정한 '학문 창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창호 논설위원

기자 이미지

이창호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