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40815010001942

영남일보TV

[책 속의 길] 넛 지

2024-08-16

[책 속의 길] 넛 지
임상훈 (새마을문고수성구지부 감사·조은메디칼 이사)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이 사람의 행동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화장실의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려 넣었더니,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이 80%로 줄었다고 한다.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라는 경고나 파리를 겨냥하라는 부탁조차 없었는데도 말이다.

미국 시카고대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은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넛지(nudge)'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넛지는 금지와 명령 대신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치듯이 부드러운 권유로 타인의 바른 선택을 돕는 것이다. 선택을 금지하거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두 아들의 아빠로서, 특히 큰아들과 자주 부딪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친동생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동생은 신입생들이 공부 습관을 기르도록 3월 한 달 동안 '엉덩이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도우며, 4월1일 만우절에는 자율학습 면제 쿠폰을 주어 보상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동생은 나에게도 넛지를 활용해 보라고 권했다.

그 내용을 참고하여 나도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기로 했다. '공부하라'는 말 대신 '너의 꿈이 뭐지?'라고 묻기 시작했고, 아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했다. 방 청소에 대해서도 지적하거나 꾸짖는 대신 카페에서 본 화장실 청소 점검표에 영감을 받아 방 청소 일일 점검표를 만들어 주었다. 이는 감정 소모를 줄이면서 부드럽게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는 아들의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되, 자율성을 존중하며 부드럽게 개입하는 '넛지'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

임상훈<새마을문고수성구지부 감사·조은메디칼 이사>

기자 이미지

백승운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