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불로중 학생들이 단원으로…'불로중 에로이카 윈드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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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불로중에서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자주 들려온다.
클라리넷과 플룻, 트롬본, 튜바 등 다양한 관악기가 어우러져 특별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음악의 연주자는 바로 불로중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여느 전문 음악가 못지 않게 악기 연주에 진심이다.
불로중에는 몇 해 전 현영철 교장이 부임하면서 학생들이 단원인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대구 동구의 일부 지역에는 간혹 비행 소음이 들려올 때가 있다. 이는 불로중도 마찬가지였는데, 현 교장은 발상을 전환해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마음으로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교정에서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흐르도록 하자는 것. 세상의 어떤 소음도 음악 앞에서는 그 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비행 소음 극복하기 위해 활동 시작
기증·교육청 사업 통해 악기 마련해
교사·전문 강사 지도 받아 실력 쑥쑥
지역 축제·행사서 축하 공연 선보여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 금상 수상도
매주 월요일 등굣길 음악회 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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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중 에로이카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에 나가 연주를 하고 있다. <불로중 제공> |
처음에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악기로 오케스트라를 꾸렸다. 부족한 악기는 이웃 학교에서 잠시 쉬고 있는 악기를 빌리기도 했다. 이후 대구시교육청에서 운영 중인 예술체육 교구은행 사업을 통해 악기 마련에 도움을 받았다. 악기 연주 소리가 들려오자 하나, 둘 학생들이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왔다. 태어나서 관악기를 처음 접해보거나 악보 보는 것이 익숙지 않은 학생들도 많았지만,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은 점점 늘어갔다. 불로중 교사와 전문 강사, 대학생 인턴 등의 지도를 받아 학생들의 연주 실력은 나날이 좋아졌다.
그렇게 오케스트라는 학생들이 자라는 것처럼 조금씩 성장해 자리를 잡게 됐다.
주로 관악기로 이뤄진 불로중의 이 오케스트라에는 지난해 멋진 이름도 생겼다. 그해 이 학교에 온 김근식 교사가 '불로중 에로이카 윈드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
이름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김 교사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목인 '에로이카(영웅)'에서 이름을 따왔다. 학생들이 음악 연주를 통해 자신감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과 '너희들 각자가 모두 영웅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불로중 에로이카 윈드오케스트라에선 불로중 1~3학년 학생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른 아침 1시간 가량 오케스트라 연습을 한다. 각자 잘 다룰 수 있을 만한 악기를 선택하거나 추천받은 학생들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연주법을 배우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조화'다. 각 악기 소리가 잘 어우러져야 듣기 좋은 연주가 되듯이, 여러 사람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은 오케스트라 연습을 통해 다시 한번 배운다. 학생들의 집중력은 대단하다고 한다. 화음을 만들거나 까다로운 곡을 연주할 때는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즐겁게 연습을 하고 있다.
불로중 에로이카 윈드오케스트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제 여러 대회에서 수상을 하거나 축제 등에서 축하 공연을 할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 있게 연주할 수 있는 '시그니처 곡'도 여러 곡이 생겼다.
지난 2022년 학생동아리한마당에서의 첫 공연을 시작으로 지역 축제와 행사에서 연주를 선보인 오케스트라는 최근엔 제주국제관악제에도 참가해 사람들에게 연주를 선물했다.
또 등굣길 음악회를 통해 불로중 학생들이 음악 소리를 들으며 신나는 등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진행하는 등굣길 음악회에서는 최신 유행가도 연주해 등교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준다.
얼마 전에는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창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케스트라지만, 학생들의 집중력과 끈기, 감각이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오케스트라 단원인 불로중 2학년 김윤영 학생은 "중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으로 트롬본을 배우고 연주까지 할 수 있게 돼 학교생활이 너무 즐겁고 자부심이 생겼다"라고 말한다.
오케스트라를 지도하는 김근식 교사는 "우리 오케스트라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든,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이든 모두가 똑같은 단원이다. 연주에 대한 열정 만으로 학생들은 서로를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존중하고 또 존중받는다"라며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면서 학생들이 더 밝아지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오케스트라 활동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자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우리 연주를 통해 음악으로 세상과 공유하고 사회에 많이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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