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온종일 돌봄 시범사업
상주 교사·대학생 보육 지원
최대 밤 11시, 평일·주말 운영
맞벌이 부부·자영업자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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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하양읍 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돌봄센터에서 아이들이 구강 교육을 듣고 있다. |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경북 경산 하양읍 한 아파트 주민 공용시설 1층. 학교를 마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구강 교육에 열중했다. 일일 강사를 자청한 대학생들이 유인물과 색연필을 건네자 어린이들이 설명에 따라 치아 위치를 그려 나갔다. 올바른 칫솔질 방법을 교육할 땐 강의를 맡은 대학생과 수업을 듣는 어린이 모두 한바탕 웃음 짓기도 했다.
700여 세대가 밀집한 이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마련된 이곳은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자녀를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온종일 돌봄 센터다. 아이들은 수시로 이곳에 들러 친구들을 만나고 어른들과 소통한다. 이곳에 상주하는 보육 교사 3명과 돌봄 센터를 수시로 찾는 인근 대학생 10여 명이 아이들의 보육을 책임지고 있다. 아이들은 돌봄 센터에서 기본 생활 교육은 물론 요일마다 편성된 특별 활동에 참여한다. 아이들은 이 보육 센터를 또 다른 집으로 생각할 정도로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변모(11)양은 "집에 있는 것보다 여기 있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편"이라며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개인적인 상담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올해 초 문을 연 이 돌봄센터는 현대식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학교나 별도의 공공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 맞벌이 부부는 물론 혼자 있는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최대 밤 11시까지 평일과 주말에도 운영돼 온종일 돌봄이 가능하다. 입소문이 나면서 수시로 대기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학부모 이수정(42)씨는 "자영업을 하다 보니 늘 시간이 부족해 아이들에게 미안했는데 이렇게 아파트 단지에 돌봄 시설이 마련된 뒤 걱정을 덜게 됐다"며 "맞벌이 부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이 같은 시설이 더욱 늘어 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온마을이 아이를 돌보던 예전 문화를 현대적 아파트 문화로 재해석한 경북형 돌봄 공동체 'K-보듬' 시범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도는 지난 7월부터 포항과 안동, 구미, 경산, 예천(도청 신도시) 등 5곳을 K-보듬 시범사업지로 지정하고 아파트형 돌봄 시설을 시범 운영했다. 하반기부터는 시설별 전문 돌봄 교사를 채용하기도 했다.
아파트 1층에 공동육아나눔터, 다함께돌봄센터, 어린이집 등을 통합한 돌봄시설을 구축하고, 전문교사와 자원봉사자 등이 이곳에서 아이를 연중 내내 돌보고 있다. 경산 1호점은 사전 점검을 거친 뒤 9월 말 첫 개소식이 열린다.
도는 K-보듬 대상 시·군에 김천과 성주를 올해 말까지 추가하고 내년에는 청도를 시작으로 22개 시·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향 경북도 저출생극복본부 아이돌봄과장은 "현대적 주거 공간인 아파트에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 부모는 생업에 매진하고 아이들은 마음 편이 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경북의 아파트형 돌봄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돼 국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글·사진=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