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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착한 정치인 '추경호-김상훈'

2024-09-02

추경호 원대-김상훈 의장
TK 출신의 역대급 조합
강한 목소리 요구하는 여론
냉엄한 환경에 소신과 지혜
정치는 '나쁜 남자' 스타일로

[박재일 칼럼] 착한 정치인 추경호-김상훈
논설실장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현재 집권여당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오리지널 TK정치인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대구 달성·3선)와 김상훈 정책위의장(대구 서구·4선)이다. 추 의원은 4·10총선 직후 원내대표로 선출됐고, 김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선임했다. TK 정치인이 이런 조합을 이룬 경우가 역대 정당사에 있을까 싶다. 윤재옥 의원이 직전 원내대표를 했고, 거슬러 올라가면 주호영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눈에 띈다. 그 이전에는 목요상·이상득·홍사득·강재섭·홍준표 의원이 원내대표를 했지만, 당시로는 지역구가 대구경북이 아닌 경우도 있고, 정책위의장까지 조합을 이룬 사례는 없다.

두 의원중 국회 입성은 김 의원이 2012년으로 먼저다. 그는 대구시 경제국장을 지낸 스마트한 행정관료였다. 당시 본인의 출마 취지가 어렴풋하지만 대구시란 영역을 벗어나 큰일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것으로 기억난다. 새누리당 시절인데 공천과정은 험난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중앙당 낙하산 공천, 밀실공천이 횡행했다. 그는 서울TK가 아닌 토종 대구TK란 명분을 내세웠고, 그게 먹혀 들었다. 본인에게는 미안한 얘기이기도 하지만 4선까지 내달릴 줄은 몰랐다. 김 의원은 정치적 목소리를 과격하게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반면 착실한 의정활동에다 정밀한 정책 측면에서는 굉장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평가다. 계파색도 옅어 한동훈 대표가 발탁했다고 한다.

추 의원은 김 의원과는 달리 엄격히 구분하면 서울TK다.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2016년 대구 달성군에서 정치적 둥지를 틀었다. 지역 활동 없이 곧장 국회의원이 된 만큼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그 역시 무난히 3선 가도에 올랐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했다. 기재부 관료시절, 출입 기자들이 그를 혹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할 만큼 덕망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일화도 있다. 추 의원과 함께 고시공부를 했던 이가 전하길 그는 고시에 합격하고도 몇 달 동안 고시반(고려대 탁마정)에 나와 걸레질로 바닥 청소를 했다는 것. '추경호의 인격'을 그때 알아봤다고 한다.

TK는 대통령을 배출하지만 여의도 정치 생태계에서는 '약한 종(種)'이란 평을 듣는다. 볼륨과 투쟁성을 겸비한 정치인이 잘 탄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선거구 특성상 공천만 따면 일사천리이기 때문일까. 틀린 말도 아닐게다. 두 TK 의원은 당내 최고위원 같은 것도 거치지 않았다. 고시 출신에 미국 유학 경험이란 공통점은 있다. 한마디로 거칠지 않고, 조용한 스타일의 정책통이다. 이건 실리적인 측면에서 지역구인 대구, 나아가 경북까지 지역 숙원사업이나 예산을 잘 챙길 장점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물론 이도 중요하나 한 단계 더 올라가길 바라는 여론도 감지된다. 바로 강한 목소리, 강한 소신이다. 스스로의 정치영역을 확장하라는 촉구다. 그건 지역을 떠나 국정 어젠다와 연계돼 있다.

정치는 선악을 다투는 자리는 아니다. 착하기만 해서는 그 덕목을 채울 수 없다. 때론 강인해야 한다. 일종의 '나쁜 남자' 모드 랄까. 두 TK 정치인을 둘러싼 작금의 정치지형은 그런 덕목을 요구한다. 대통령도 토로했듯이 역대급 여소야대, 190여 석의 야권 세력이 여의도를 포위하고 있다. 숫적 우세만 아니다. 야당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운동권 경력의 투사들 일색이다. 반면 집권세력 내부는 균열적이다. '윤석열-한동훈 권력조합'의 팽팽한 긴장감은 터질 듯하다. 그걸 조율해야 한다. 결국 마키아벨리식 강한 파워와 동시에 여우같은 지혜가 전제된다. 집권당 두 의원의 역할이 막중하다. 한번 기대해 볼까 한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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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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