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중·소형 전통시장, 손님 없는 추석 준비
온라인상품권에 대형 전통시장은 발길 이어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해져 상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9일 대구 남구 봉덕신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추석 대목 특수가 사라졌어요. 시장 한번 둘러보세요. 이게 무슨 대목장입니까."
추석 연휴를 일주일 앞둔 9일. 대구지역 전통시장들은 전반적으로 한산했다. 시장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북적이고 활기찼던 예전 전통시장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평일인 점을 감안해도 추석이 임박한 점을 감안하면 손님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가끔 들르는 손님도 높은 물가에 기겁하며, 구매상품 가짓 수를 줄이거나 발길을 돌렸다. 대형 전통시장에선 온누리상품권 할인 행사가 시작돼 그나마 손님이 조금씩 보였다.
◆한산한 중·소형 전통시장
이날 오후 들른 봉덕시장안. 입구에 들어서자, 추석 선물용 과일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과일 가게 주인은 "과일은 미리 사지 않는다. 보통 추석 일주일 전부터 준비하니까 이번 주부터 시작됐다"며 "작년보다 가격이 많이 내렸지만, 경기가 워낙 나빠 올해는 물량을 많이 줄였다"고 했다.
시장 통로는 한산했다.일명 '시장 구르마'로 불리는 캐리어형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들과 장보기에 나선 중년 여성들만 간간이 보였다.
가게 앞까지 나와서 호객을 하던 채소가게 부인 박모(여·63) 씨는 "요즘은 다들 차례도 안 지내려고 하니까 대목 장사 이런 건 없다"며 "오죽하면 지난 주말은 대목 밑 주말인데도 문을 연 가게보다 닫는 가게가 더 많았다"고 했다.
인근 반찬가게 주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작년과 비교하면 50~60% 정도 매상이 떨어졌다"며 "채소값이 워낙 비싸다. 나물 반찬은 만들어놔도 팔리지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인근 대명시장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푹푹 찌는 더위도 시장통을 조용하게 하는데 한몫하는 듯 했다. 도라지를 까던 한 노점 주인은 "날씨가 더운탓에 당최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시장 온누리상품권 행사
그나마 규모가 큰 전통시장은 사정이 좀 낫다. 이날 점심때 찾아간 서남신시장은 나름 활기차 보였다. 시장 앞 공영주차장에 제법 긴 줄이 늘어섰다. 시장에도 고객들로 북적였다. 30대로 보이는 떡집 주인은 "지난 주까지는 명절 분위기가 전혀 안 났다. 그나마 오늘부터 좀 몰리기 시작했다"며 "그래도 예전만큼은 안된다. 손님이 많아 보여도 막상 구매하는 양은 적다"고 말했다.
정육점 주인 최모(58)씨는 "오늘 가게에 온 손님의 100%는 다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했다.상품권 행사를 하니까 그나마 고객이 좀 오는 것 같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도 매년 선물세트를 찾는 단골이 있어 그럭저럭 유지되는 편"이라고 했다.
서남신시장은 국내산 농축산물을 구매하면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준다. 3만4천원 이상은 1만원, 6만7천원 이상은 2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김국현 서남신시장 상인회 이사는 "상품권 행사 탓에 손님이 좀 늘었다. 특히 정육점과 과일 가게를 찾는 손님 대부분이 상품권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일부 한정된 가게에서만 행사를 하니 참여하지 않은 상인은 소외감을 많이 느낀다. 다음엔 더 많은 상인에게 기회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편리함과 할인으로 고객 몰이
전통시장과 달리 대형마트엔 고객이 차고 넘쳤다. 서구의 한 대형마트엔 코너마다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히 추석 할인 행사에 돌입하면서 더 붐볐다. 결제하는 데에만 줄잡아 3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명절 제사상을 간소하게 차리고 있다. 가족들만 먹을 것을 준비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간단하게 구매했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마트를 찾은 주부 김모(38)씨도 "날씨가 너무 더워 시장에 나갈 엄두가 안 난다"며 "대형마트엔 세일행사도 많고, 아이와 같이 장을 본뒤 푸드코트에서 식사도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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