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
홍준표 대구시장이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수사에 대해 "꼴잡하다(치사하다)"고 말했다가 보수층 일각의 오해를 산 모양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발언을 두고 "문재인 편을 들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난독증(難讀症)에 가깝다.
그의 발언의 핵심은 다른 데에 있었다. 홍 시장은 문재인에 대해 "당시 정권의 원전 폐기 문제도 있고, 판문점에서 김정은에게 USB를 넘겨줄 때 국가기밀이 넘어갔는지 국가기록원을 통해 다시 분석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페북에선 "(문재인 시절) 국사범에 가까운 이적행위도 많았다"고 말했다. 국사범(國事犯)은 국가의 질서를 문란케 하는 중죄를 뜻한다.
부동산 폭등, 국가부채 폭증, 탈원전사태, 미·일 외교파탄, 울산시장선거개입 등 문 정권의 엄청난 과오와 비리에 비해 전(前)사위의 취업특혜 의혹은 작은 사건인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사건도 결코 가볍지 않다. 검찰이 딸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서 사위가 제공받은 2억2천300만원이 문재인에 대한 뇌물이라고 적시한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문재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해 국가의 주요 공직을 매관매직(賣官賣職)한 것이 된다. 돈 한 푼 받은 바 없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땅을 칠 노릇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저지른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죄과는 피 흘려 세우고 지킨 자유대한민국의 안보와 명운을 북한과 거래한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바로 국민과 우방 미국을 속이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을 시작으로 종전선언이란 불장난을 획책한 사건이다.
종전선언이 무엇인가? 쉽게 말해 6·25전쟁이 끝났다는 것으로, 유엔안보리결의에 따른 유엔군 사령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이어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며, 주한미군 철수주장이 본격화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반기문조차 "종전선언은 우리의 안보 태세를 이완시키고 북한에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할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록 요즘 인기 없는 대통령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한 가장 용기 있는 연설은 지난해 6월 한국자유총연맹 축사였다. 그는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부르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정확한 지적이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선언은 그 자체가 위헌이다. 한시적(5년) 권력기관인 대통령이 한반도의 역사적 지형을 바꿀 종전선언을 국민과 야당의 동의 없이 추진하는 것은 헌법위반(3조와 66조)이다. 베트남에서 파리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필자가 검사라면, 문재인을 불러 왜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거짓말로 트럼프 대통령을 유인했는지 묻고 싶다. 또 전방 초소를 파괴하고, 매설된 지뢰와 대전차 장애물을 제거해 우리의 무장해제를 주도한 배경도 궁금하다. 발버둥치는 탈북어민을 강제로 북송시켜 사지(死地)로 떠민 이유도 묻고 싶다. 그리고 문재인의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도 받아내고 싶다.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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