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농약류 음독사건, 마지막 할머니가 범인

경북경찰 살인미수 혐의 피의자 A씨 사망(7월 30일)으로 불송치 결정
국과수 조사 결과, A씨와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검출된 농약 성분 상이

봉화 농약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내성4리 경로당 전경. 영남일보 DB

경북 봉화 '농약 살충제' 사건 피의자는 같을 마을에 사는 마지막 할머니로 밝혀졌다. 다만, 경찰은 피의자 사망에 따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북경찰청은 30일 봉화 농약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30일 숨진 할머니 A(85) 씨를 살인미수 혐의자로 특정,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지난 7월 15일 봉화 경로당 회원 4명이 농약류를 음독한 사건과 관련해 A 씨를 살인미수 혐의자로 특정해 수사해왔다. 앞서 사건 당일 피해자 4명은 점심식사 후 경로당으로 이동해 커피를 마신 뒤 심정지, 의식불명 등에 빠졌다. 사흘 뒤 A 씨도 농약 중독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다 숨졌다.

경찰은 이들이 마신 농약 성분을 토대로 수사망을 좁혀왔다. 피해자와 A 씨에게서 검출한 농약 성분이 상이하다는 점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통해 확인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피해자 4명이 경로당에서 나눠 마신 커피를 담은 음수병과 종이컵에선 에토펙프록스, 터부포스 등 2종이 농약 성분이 확인됐다. A 씨에게선 피의자와 같은 농약 성분과 함께 포레이트 등 3종의 농약 성분이 추가로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가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이 확인한 CCTV 영상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7월 13일 낮 12시 20분부터 약 6분간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홀로 출입했다. 또 같은 달 12일 오후 2시쯤 A 씨가 경로당 거실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장면을 경로당 회원이 목격하기도 했다.

경찰이 해당 커피 포트와 싱크대 상판 부분을 국과수에 감점한 결과 피해자들에게서 검출된 에토펜프록스 성분의 농약이 수거됐다. 경찰은 이와 함께 피의자 A 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마당과 집 주변에 뿌려진 알갱이 모양의 농약을 수거한 결과. 피의자들과 같은 농약 성분이 확인됐다.

경찰은 경로당 회원 등 관련자와 면담 조사를 통해 A 씨가 경로당 회원 간 갈등과 불화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경로당에서 회원들 간 화투 놀이를 한 정황을 다수 경로당 회원들의 진술로 확인했다. 다만 경찰은 피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피의자의 직접적인 범행 동기를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농약 음독사건 같이 유사사례의 재범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행정당국에 권고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엄정한 수사와 함께 피해회복,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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