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푸드테크 대전환 추진… 포항(식품 로봇), 구미(푸드제조테크), 의성(세포배양) 트라이앵글 형성
경북 전역이 푸드테크 산업으로 꿈틀대고 있다. 식품 로봇 연구가 한창인 포항, 푸드 제조산업이 발달한 구미, 세포 배양 산업이 형성된 의성이 삼각 기점이 돼 국내 푸드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푸드 테크 산업은 단순 식품뿐 아니라 인공지능(AI)·빅데이터·생명공학(BT) 등 적용 기술이 광범위해 투자 이상의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푸드테크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푸드테크 시장 규모는 600조원, 세계시장 규모는 4경원으로 추산된다. 푸드테크 산업이 향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압도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구미 푸드 기업, 스마트 기술혁신 주도
구미에선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푸드테크 기반 제조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일 찾은 경북 구미 고아읍 청우식품 제조공장에선 분류 작업이 한창이었다. 생산라인에 설치된 기계는 용기에 라벨을 붙이고 상자를 일정한 형태로 포장했다. 통합 생산자관리시스템(MES)에는 각 라인의 가열 온도와 설정값, 작업량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이호균 청우식품 공동대표는 "스마트 패드 화면을 통해 실시간 상황으로 제품의 상태를 분석하고 있다"라며 "과거에는 기업에 납품하는 정형적인 소스를 주로 생산했다면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이 갖춰진 후부턴 소비자가 원하는 다품종 소량 제품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작은 농도 차이에 맛이 갈리는 식품 생산 공장에선 스마트 팩토리가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한다. 개인에 맞춘 상품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해당 기술이 더욱 각광받는 것이다. 반복 작업이 대다수인 생산 라인이 자동화됨에 따라 근로자들의 피로도 줄여준다.
식품 공장에 도입된 스마트 팩토리의 영향으로 구미의 식품 산업 규모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구미지역 식품제조업체(114개소)의 지난해 총 매출은 1천738억원으로 지난 2021년 대비 2배 이상 급성장했다.
구미 신생 식품기업 '이티당충전소'는 85억원 규모의 마카롱 1천만개를 군납하며 국내 K-마카롱 열풍을 이끌고 있다. 또 <주>올곧은 건강하고 간편한 한국식 김밥을 미국 현지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내년 12월에는 한국식품연구원 경북본부가 구미에 들어서는 등 식품 관련 인프라가 추가로 구축될 전망이다.
구미시는 이 같은 푸드산업 활성화를 토대로 간편식 가공·포장 실증지원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등 지역 대표 산업을 푸드테크에 적용해 간편 식품의 핵심인 가공·포장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최규석 구미전자정보기술원 스마트제조혁신사업단 수석연구원은 "간편식을 어떤 자재로 포장하느냐에 따라 맛과 활용도가 달라진다"라며 "간편식에 쓰이는 포장은 열을 전도하고 수분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푸드테크의 핵심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이 발달한 구미에 적합한 사업"이라고 했다.
구미 식품 제조업의 숙원인 '국가 푸드테크 클러스터' 조성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당장 경북도와 구미시는 지난 5월 한국푸드테크협의회와 국가 푸드테크 클러스터 구축을 골자로 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추후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진행 중인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 푸드테크 클러스터 도입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로봇이 이끄는 포항 외식산업
구미가 푸드 제조라면 포항은 로봇을 활용한 푸드 산업 발전을 꾀한다. 포항시는 조리 및 서빙용 로봇과 대량급식 자동화 실증 사업으로 외식산업의 인력난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텍은 외식 푸드테크 기술 개발과 식품 로봇 제조 등에 초점을 둔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기존 수평형 조리 로봇에서 벗어난 수직형 로봇을 제작하는 연구에 착수하며 푸드테크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박주홍 포스텍 푸드테크 계약학과 교수는 "주방형 조리 로봇이 수직으로 활동되면 같은 공간에서 작업 효율이 두세 배 늘어난다"라며 "다양한 조리 현장에서 상용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포항 곳곳에선 식품 로봇 활용이 활발해지고 있다. 앞으로 로봇이 학교, 병원 등에서 단체급식을 조리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지역 푸드테크 기업 뉴로메카는 경북도교육청과 경북지역 4개 학교에서 유탕·볶음·국탕 공정 설계 수립에 나섰다. 학교 자동 급식 시설이 늘어나면서 근로자의 만족도 역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대량 급식 자동화 조리 로봇 실증 사업을 추진한 포항고와 장애인종합복지관, 폴리텍 포항캠퍼스에서도 자동화 식품 로봇의 효율성이 입증된 바 있다.
포항시는 올해 푸드테크 산업을 이끌 푸드테크연구지원센터 유치에도 성공했다. 2026년 연구지원센터가 건립되면 시설·장비를 활용한 시제품 개발과 실증연구를 수요자 맞춤형으로 지원이 가능해진다. NSF(미국위생협회) 식품기기 인증 시제품 제작과 시험 분석을 지원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의성
경북 북부에선 의성을 기점으로 한 세포배양식품산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의성에서는 가축의 생검과 당일 도축 조직을 활용할 수 있는 특례가 2028년 말까지 적용돼 세포 배양 식품 상용화를 꿈꾸는 기업들이 몰리고 있다.
현재 티센바이오팜 등 대체 식품 관련 8개 기업이 의성 세포배양산업센터에 입주해 특구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배양육 대량생산에 필요한 3D 프린팅과 배양육의 맛·식감을 위한 식품 첨가물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세포배양식품 특구는 살아있는 동물과 당일 도축한 원육에서 고순도 세포를 추출·보관·관리하는 품질 관리 기술을 수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경북 북부권에서는 의성을 중심으로 안동과 영주가 신산업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의성군이 세포배양식품 실증 및 생산 거점 역할을 하면, 안동시는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활용한 동물 세포 대량 배양, 영주에서는 스마트 축사에서 세포 채취에 활용할 가축을 사육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배양육을 포함한 대안육 시장은 아직 국내에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안육 시장은 252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경북도는 세포배양식품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글로벌혁신특구를 구성하는 한편 국제할랄인증기관(GFI) 등 국제기관과 협력해 국내에서 생산한 배양육을 수출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구미·포항·의성에 형성된 푸드테크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 푸드 산업 대전환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정우 경북도 메타AI과학국장은 "경북도의 푸드테크산업을 제조기술 혁신을 통한 식품생산에서부터 세포배양식품과 같은 지속 가능한 미래 식품 개발까지 지속하고 있다"며 "다양한 기술을 연계한 융복합 산업화를 통해 경북의 미래 100년 산업으로 키워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