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621025141134

영남일보TV

  • 푸바오·늑구 다음은 ‘루나’…대구가 키우는 백사자 남매
  • [영상] 대구 당선인들의 당찬 출발 알림···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증 교부식

이용수 할머니 “남은 시간 많지 않아… 이재명 대통령 만나 해결책 듣고 싶다”

2026-06-21 18:07

한일협정 61주년 맞아 영남일보 단독 인터뷰

지난 3월 대통령 면담 추진됐으나 최종 불발

이 할머니 "위안부 피해 왜곡 처벌법 시행 환영

新재단 설립보다 지방 위안부 시설 지원부터"

19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9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통령이 신문에 나온 내 모습을 꼭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역대 많은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나와 손가락 걸고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바가 없습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이 정말 없습니다."


1965년 6월 22일, 한국과 일본은 '한·일 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그로부터 61년이 흐른 지금, 대구에 거주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8) 할머니가 다시 세상 앞에 섰다. 지난 19일 오후 2시30분 대구 중구 서문로 1가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희움'에서 만난 이 할머니는 인터뷰 하루 전날 침대에서 떨어져 오른쪽 뺨에 짙은 피멍이 든 상태였다.


요즘 부쩍 기력이 쇠해져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남지 없음을 직감했다는 할머니는 한일 협정 체결일을 맞아 영남일보에 단독으로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를 누비며 피해를 증언해 온 노(老)투사가 이토록 다급하게 세상에 던지고 싶었던 마지막 호소는 무엇일까.


◆ "어떻게 해결할지 직접 듣고 싶다"


할머니는 한 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수 차례 반복했다. 할머니와 이 대통령의 인연은 적지 않다. 경기도지사 시절 직접 만난 적이 있고, 2021년 대선 후보 당시에는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대구 자택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김 여사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이 할머니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며 덕담을 건넨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만남은 아직 성사되지 못했다. 희움을 운영하는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측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통령과의 면담이 추진돼 경호 인력이 현장을 사전 점검하기도 했지만, 대통령 일정상 이유로 무산됐다. 대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이 할머니를 찾았고, 이 자리에서 이 할머니는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역시 이 할머니는 "대통령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많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직접 듣고 싶다"며 "이번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 살고 싶어도 더는 살 수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디 다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피해자는 배제된 '한일 협정'


한일 협정은 양국 국교 정상화의 출발점이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협정 체결 당시 다뤄지지 않았다. 당시 양국은 일본이 한국에 무상 3억 달러, 공공차관 2억 달러를 제공하는 대가로 한국은 일제강점기 동안 발생한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이를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까지 이미 종결됐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이 할머니는 단호했다. 그는 "한일 협정이라고 하는데, 그때 위안부 문제가 어디 제대로 들어갔느냐. 우리 같은 피해자 이야기는 묻지도 않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다 해결됐다고 하는데, 해결됐으면 왜 아직도 내가 이렇게 말하고 있겠느냐. 피해자가 살아 있는데 피해자 말을 듣지 않고 나라끼리 끝났다고 하면 그게 해결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5년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이 할머니는 "그때도 우리 할머니들 뜻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피해자가 받아들이지 못한 합의를 두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최근 한일관계는 과거보다 다소 유화적인 분위기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가 발생한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한 한일 양국의 DNA 감정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변화된 태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이용수 할머니는 "못 믿는다. 일본은 늘 말만 했지 제대로 한 게 없다"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023년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가 피해자 1인당 2억원씩 배상하라고 판결까지 했다. 그런데 일본은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다. 한국 대통령도 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19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19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동상이 무슨 죄…이제라도 모욕하는 이들 엄벌해야"


국내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일부 목소리에 대해서도 이 할머니는 깊은 피로감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소녀상만큼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간 일부 단체는 위안부 피해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거나 소녀상에 '흉물'이라는 피켓을 붙이는 등 철거를 요구해 왔다.


이 할머니는 "동상이 무슨 죄가 있느냐. 그 아이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소녀상을 지켜주고, 이 역사를 끝까지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지난 11일 개정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역사 왜곡 근절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그동안은 형법상 명예훼손죄나 사자명예훼손죄만으로는 역사 왜곡 행위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법 시행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 근거가 마련됐다.


이 같은 법 개정 소식에 이 할머니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그는 "지난 3월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집으로 직접 찾아와 관련 소식을 전해줬을 때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라도 억울한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이들을 엄벌할 수 있는 법이 생겨 다행"이라고 전했다.


◆ 마지막 소망은 '공동 역사 학교'


이 할머니가 가슴에 품은 마지막 소망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위안부 관련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소통할 수 있는 '한·일 공동 역사 학교'를 건립하는 것이다. 할머니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미래 세대들이 이 아픈 역사를 제대로 알고 서로 교류해야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가운데 하나인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 계획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서울에 새로운 재단을 만들면 지역 역사관 자료가 서울로 모이게 된다. 지역 역사관은 힘을 잃고, 지역의 피해자들 역시 더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지금 있는 시설과 역사관을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 대구 희움 같은 곳도 더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이제 할머니를 포함해 단 5명뿐이다. 이 할머니는 "14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100살을 내다보는 지금까지 나라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다. 나와 손가락 걸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 있나. 어떨 때는 (정부가) 우리 할머니들이 다 죽기만을 바라는 건가 싶어 서글프고 원망스럽다"며 이 대통령을 향해 다시 한번 간절한 호소를 건넸다.



기자 이미지

조윤화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