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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핵직구] 이명재 총장 같은 검사가 보이지 않는다

2024-10-23
[돌직구 핵직구] 이명재 총장 같은 검사가 보이지 않는다대구경북(TK)에는 역대로 출중한 검사들이 많았지만,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이 총장이 서울고검장직에서 물러나 로펌에 몸담고 있던 시절, 늦깎이 검사 윤석열을 자신의 로펌으로 영입했다. 신승남 총장의 후임으로 검찰총장에 임명되자, 이번에는 윤석열 변호사를 검사로 재임용했다.

윤 대통령은 종종 사석에서 "가장 존경하는 검찰선배는 이명재 총장"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 것은 개인적 인연이 아니라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매지 않고, 진정한 무사는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

2002년 1월 17일 검찰총장 취임식에서 밝힌 이 총장의 취임사다.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하는 검사의 올바른 처신을 제시해준 명문이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 내 부패스캔들이 터지자, 호남출신 총장을 내치고 TK출신 이 총장을 '구원투수'로 발탁했다. 선배인 김기춘 법무부 장관이 그에게 '당대 최고의 검사'라고 칭했지만, 이 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특수부 검사'였다.'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명성그룹사건' '5공(共)비리사건' '환란(외환위기)사건' '세풍사건'등 대형 사건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모두 어려운 사건들이었으나, 그가 마무리한 수사는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명재 검찰총장의 진가는 당시 최규선게이트에 연루된 DJ의 두 아들, 홍업·홍걸씨를 구속한데서 드러났다. 노심초사하던 청와대는 "정권 살리라고 임명장 줬더니 거꾸로 죽이려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후배 검사들에게 "최선을 다해 수사하라. 책임은 내가 진다"고 했던 이 총장은 "임명권자에게 누를 끼쳤다"며 사표를 제출한다. DJ가 반려하자 그는 또다시 사표를 냈고, 두 번째 사표마저 반려됐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의 대미는 DJ정권의 최고실세 권노갑 의원이었다. 난파선 같았던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요사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의혹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놓고 논란이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정치적 요구에 따라 기소하거나 처리를 미루는 게 더 정치검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흔히 세간에 '여론재판'이란 용어가 생길 정도로 큰 정치적 사건인 경우 검찰이든, 법원이든 여론을 의식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예가 1심에서 무죄가 난 사법농단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에선 '경제적 공동체'란 아이디어가 등장했고,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사자들은 억울했지만, 국민적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5공비리사건' 당시 법원 판례도 없는 '직권남용죄'를 사상 처음으로 적용해 이학봉 민정수석을 구속한 인물이 바로 이명재 검사였다.

이번 김건희 여사 사건의 경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오히려 사법 리스크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거대 야당은 이제 검사탄핵, 특검으로 치닫겠지만 무능한 여당이 막을 힘이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영부인을 기소했더라면 오히려 정치적 역풍이 일어나 여론의 비판이 거대 야당에게 향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봐주기 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검찰은 과연 무엇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이명재 총장 같은 검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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