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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핫 토픽] 풍자와 조롱

2024-10-25

쿠팡플레이에서 지난 19일 공개된 SNL코리아 시즌6 김의성 편이 방영 이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에서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뉴진스 하니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희화화한 장면이 문제가 되면서 부적절한 패러디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방송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다룬 국정감사 장면과 한강 작가의 수상을 기념한 인터뷰를 소재로 한 패러디가 포함됐다. 지예은은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 장면을, 김의성은 논란이 된 한 기업인을 연기했으며, 김아영은 한강 작가를 패러디했다.

특히 지예은이 하니를 흉내 내며 베트남계 호주인인 하니의 서툰 한국어 발음을 과장하고, 국정감사 도중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던 모습을 패러디한 장면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 이후 지예은의 SNS에는 이에 대한 비판 댓글이 쏟아졌으며 일부 네티즌은 'SNL코리아 하니에게 사과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해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 한 구청에서도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 장면을 패러디 했다 부적절했다며 사과했다.

한강 작가에 대한 패러디 역시 문제로 지적받았다. 방송 후반부에 나온 인터뷰 장면에서 김아영은 한강 작가의 외모를 과장된 방식으로 흉내 내며 등을 굽히거나 눈을 게슴츠레 뜨는 등 작가의 모습을 희화화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선을 넘은 패러디"라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러니까 SNL은 풍자를 하고 싶었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희화화·조롱을 한 꼴이다. 풍자와 희화화는 둘 다 상황과 인물에 유머코드를 심는다. 처음 하니의 국감 출석 패러디를 비판하는 여론을 봤을 때는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왜 하니에게'라는 의문이 생겼다. 굳이 유머코드를 심으려 했다면 연예인 구경하러 온 것 같은 행태를 보인 의원이나 국정감사 참석자가 대상이 됐어야 한다. 한강 작가에게 어떤 풍자의 요소가 있나. 정말 모르겠다. 그냥 대놓고 조롱한 것 아닌가.

정말 그냥 한 번 웃고 넘어가도 될 일일까. 사회가 다양화되고 인권존중이 퍼지면서 '불편한'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정말 불편한 일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 정도 패러디도 못 하나" "나라님도 풍자의 대상인데 뭐 어떠냐"는 의견도 있다. '표현의 자유'로 옹호하기엔 도가 좀 지나치다.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그저 놀림의 수단이 된 패러디는 자신이 놀림의 대상이 된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