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 홍수 이후 최대 홍수 피해
기습 폭우에 늦은 대피령…급속 도시화에 치수 시설 부족이 원인
레알 마드리드 15억 기부
대홍수에 큰 피해를 본 스페인 발렌시아.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쏟아진 '기습 폭우'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973년 300명이 사망한 10월 홍수 이후 50여 년 만의 최대 홍수 피해다.
스페인 구조 당국은 31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를 통해 발렌시아 지역의 사망자가 15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인근 카스티야 라 만차에서는 2명, 안달루시아에서는 1명의 사망자가 집계됐다.
현재 구조 당국이 급류에 휩쓸려간 자동차 내부와 물에 잠긴 건물 등에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홍수는 단기간에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과 하천이 순식간에 범람했고, 주민들에게 대피령도 늦게 내려지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발렌시아 지방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된 데 반해 치수 시설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범람한 물이 그대로 주거 지역을 덮친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 기상청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는 2시간 만에 1㎡당 150~200ℓ의 비가 내렸고,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나 되는 양이 하루에 집중됐다. 기상청은 "일단 위급 상황은 지났으나 이번 주 내에 다시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레알 마드리드 홈페이지 캡쳐 |
한편, 스페인 축구계가 자국 남동부를 휩쓴 대홍수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라리가는 1일(한국시각) 성명을 내고 "스페인 프로축구는 애도에 동참하며 희생자·실종자 가족에게 연대의 뜻을 표한다"며 홍수 피해자를 위한 적십자 기금 모금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라리가를 대표하는 구단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레알 마드리드는 별도 성명을 내고 적십자와 협력해 100만유로(약 14억9천만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구단과 적십자는 홍수 피해 지원을 위한 모금 캠페인을 오늘 시작했으며, 우선 위급한 상황에 부닥쳐 우리의 도움과 연대가 필요한 피해 가족을 돕기 위해 100만유로를 기부한다"고 전했다.
스페인축구협회(RFEF)는 피해 지역에서 주중과 주말 열릴 예정인 모든 축구 경기를 연기할 것을 각 단체에 요청했다. 또, 이번 주말 스페인 전역에서 치러지는 축구 경기에서 사망자들을 위로하고 피해자들과 연대한다는 취지로 1분간 묵념할 예정이다. 주말에 열릴 예정이었던 발렌시아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는 연기됐다.
이번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발렌시아 지역을 연고지로 둔 발렌시아CF는 홈구장인 메스타야 스타디움을 피해자 지원을 위한 생활필수품 기부처로 이용하도록 했다.
프랑스의 빅 클럽 파리 생제르맹(PSG)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PSG는 발렌시아CF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고 프로 데뷔전을 치른 한국 국가대표 이강인이 현재 소속된 팀이다.
PSG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발렌시아 지역과 그 주변의 끔찍한 홍수로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 시련을 겪는 스페인 국민들과 연대하겠다. 밤낮으로 노력하는 구조 당국 등 기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전했다.
장윤아기자 baneulha@yeongnam.com
장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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