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와 지역 공동체
거점 학교 육성, 해결책 될까
교육정책은 아이 마음읽고
아이성장에 도움주는가를
기준으로 바라보면 된다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
어른은 친구 스무명이 되어줄 수 없다. 학교 현장을 지원한 결과를 성찰하는 자리에서 군위교육지원청 김은지 장학사가 한 말이다. 군위 지역 소규모 학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맞다. 최소한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를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며 자라야 하기 때문이다.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정서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사람으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는 또래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공통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감정 표현과 갈등 해결, 공감과 인정 등의 사회적 소통 기술을 배우게 된다. 또, 자아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고, 주체적인 관계 형성 능력이 길러진다. 또래 친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 주도성을 키우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 나간다. 어른들과의 관계는 일정한 역할, 조건 등에 따라 제한적으로 형성되지만, 자율적 선택과 행동이 허용되는 또래 관계 특성상 또래 친구와의 관계는 신뢰와 안정감, 정서적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령 인구가 9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2024년 교육 기본 통계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유·초·중·고생은 지난해보다 9만8천867명 줄어 578만3천612명이다. 대구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27만3천625명이던 학생 수가 27만215명으로 한 해 만에 3천410명이나 줄었다. 학령 인구 감소는 군위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군위 지역에는 초등학교 7개교 367명, 중학교 4개교 239명, 고등학교 2개교 245명으로 총 885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교직원은 초등학교 103명, 중학교 68명, 고등학교 34명 등 213명이 재직 중이다. 군위초등 240명, 군위중 186명, 군위고 245명을 빼면, 10개 학교에 214명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학교당 산술 평균으로 21명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6학년까지 모두 다니고 있다면 학년당 3~4명 수준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학년당 7명 수준이다.
대구시교육청의 군위군 거점 학교 육성 정책에 대해 의견이 많다. 교육청은 소규모 학교 교육 활동의 어려움을 들어 거점 학교 제도가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학생들의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를 넓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친구들을 만나 사회성과 협동심을 기를 수 있고, 졸업 후 상급 학교 또는 사회에서 중요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소규모 학교는 교원 수가 부족하고 교육 기자재, 교구 등 운영 자원이 부족하여 선택 프로그램 등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충분한 교원 수, 다양한 교육과정, 첨단 교육 기자재, 맞춤형 방과 후 활동 등 다양한 학습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거점 학교 육성 정책을 소규모 학교 폐교 정책으로 인식하는 쪽에서는, 지역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는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민들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이 약해져 궁극적으로 공동체 붕괴로 이어진다고 한다. 학생·교사 간 밀접한 상호작용, 개별화된 교육을 희망하는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통합 후 학생에 대한 학업·정서적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도·농 간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긴 통학 시간은 아이들의 성장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장학사는 양측 논리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부질없음을 알게 해 주었다. 교육정책,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가를 기준으로 바라보면 될 일이다.
박정곤 대구행복한미래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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