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가격 낮춘 영화 속속 등장
손석구 제작 단편 '밤낚시' 1천원
상영시간 40분 '4분44초' 4천원
장편영화 '하우치' 1만원 책정도
첫사랑의 기억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영화 '하우치' <제이씨엔터웍스 제공> |
올해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파묘'의 배우 최민식은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비싼 영화티켓 가격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지금 극장 값이 많이 올랐다. 좀 내리시라. 물 들어올 때 노젓는다고 그렇게 확 (티켓가격을) 올리면 나라도 안간다"라고 말한 것. 그런 이유일까. 티켓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영화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추억의 영화가격 '1만원' 책정
오는 13일 개봉하는 로맨스 영화 '하우치'(감독 김명균)는 티켓 가격을 단돈 1만원으로 책정해 관심을 모은다. 코로나 이후 영화관 티켓가격이 1만5천원 안팎으로 굳어진 가운데 코로나 이전 수준인 1만원으로 장편 상영작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제작사는 "영화 '하우치'는 1980년대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영화"라며, "과거의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을 그리는 내용인 만큼,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티켓도 추억의 가격으로 책정해 갑자기 찾아온 선물처럼 관객들에게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영화 '하우치'는 중인공 '재학'이 30여년 만에 갑자기 찾아온 첫사랑 때문에 기억 깊숙이 묻어두었던 보석같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사업도, 가정도 실패하고 남은 건 의리 넘치는 친구들뿐인 '재학'이 예상치 못한 전화 한 통으로 인해 18살 시절과 첫사랑을 떠올리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되는 것. 걸그룹에서 배우로 성공적 변신을 한 유라를 비롯해 베테랑 연기자 지대한, 손지나 등이 첫사랑의 아련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 놓는다.
◇1천원, 4천원 '스낵무비' 등장
에피소드 8편을 묶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4분44초'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 손석구가 주연, 제작한 단편영화 '밤낚시'는 단돈 1천원에 상영했다. <이노션 제공> |
롯데시네마는 "일반 상업영화와 비교해 상영시간이 짧은 스낵 무비인 만큼 가격을 4천원으로 책정한 것"이라며, "올해 개봉한 '밤낚시'를 잇는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배우 손석구는 지난 6월 자신이 직접 주연하고, 제작에도 참여한 단편영화 '밤낚시'(감독 문병곤)를 단돈 1천원으로 CGV에서 단독 상영했다. 저렴한 가격과 13분 정도의 짧은 형식의 영화는 극장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CGV는 '밤낚시' 흥행성공에 힘입어 인기 웹툰을 기반으로 한 8분 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 '집이 없어-악연의 시작' 또한 관람료를 1천원에 책정해 최근 개봉했다.
◇숏폼·가격인하 극장에 활로될까
저렴한 티켓 가격의 영화 뒤에는 제작사들의 자발적인 가격조정과 함께 '숏폼'을 선호하는 온라인 생태계도 있다. 중국의 숏폼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인 '틱톡'을 필두로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릴스 등 SNS들이 숏폼을 강화하는 추세다.
숏폼은 '시성비'(시간 대비 성과)를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와 함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짧은 틈새 시간을 이용해 재미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선호한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매력적이다. 실제로 OTT 시리즈물 평균 제작비는 약 300억원대로 추정되지만 숏폼 드라마는 1억5천만원 정도로 확 줄어든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비싼 영화티켓 가격 때문에 관객이 줄면서 상대적으로 상영시간이 짧고, 부담이 적은 저렴한 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짧은 형태의 영상을 선호하는 사회적 트렌드도 반영된 듯하다. '밤낚시' '4분44초' 등의 흥행호조에 힘입어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이들 영화가 침체된 극장의 새로운 활로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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