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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희망을] 중증 지적·뇌병변 장애 앓는 열네 살 재연이, 세 살때 뇌병변 1급…10년이상 누워서만

2024-11-18

호흡·소화·의사 소통 힘들고

혼자서는 목 가누기도 어려워

평소엔 아빠가 재연이 돌보고

엄마 혼자 병원일로 가계 책임

월세·치료비·생활비 큰 부담

[어린이에게 희망을] 중증 지적·뇌병변 장애 앓는 열네 살 재연이, 세 살때 뇌병변 1급…10년이상 누워서만
중증 뇌병변 장애를 앓는 재연이(가명)의 아버지가 소화를 돕기 위해 배를 쓰다듬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거실 바닥 한 켠에 누워 있는 재연이(가명·14)가 TV를 보다가 새로운 얼굴들이 보이자 방긋 웃는다. 보는 사람마저 미소짓게 하는 재연이의 웃는 모습은 마치 아기천사 같다. 재연이의 밝게 웃는 얼굴은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 선생님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재연이는 중증 지적·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다. 혼자선 거동할 수 없고 목을 가누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다. 이로 인해 스스로 식사나 용변처리, 의사소통을 거의 하지 못한다.

◆느리던 아이, 3세 때 뇌병변 장애 1급 판정 받아

태어날 당시엔 재연이도 여느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출산 예정일보다 사나흘 늦었지만 체중 3.4㎏의 정상아로 태어났다. 그러나 점점 성장해 갈수록 뭔지 모를 더딤이 생겼다. 재연이 부모는 재연이 누나도 아주 어릴 적엔 발달이 조금 늦었던 터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재연이 아빠는 "큰 애가 발달이 늦었는데 작은 애도 조금씩 늦다는 걸 알았다. 이후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발달 지연이 있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해서 2~3세까지 가게 됐다"면서 "그 뒤로도 기거나 걷지 못했고, 다시 검사를 받아 뇌병변 1급 판정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중증 지적·뇌병변 장애를 가진 재연이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극히 제한된다. 이 때문에 집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지낸다.

재연이 아빠는 "누워 있는 아이들은 호흡기, 소화기, 하체 발달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재연이도 소화기관이 약하고 역류성 식도염을 앓고 있다. 또 걷지 못하기 때문에 키는 성장해도 하체가 발달하지 않는다. 호흡기도 일반 사람들보다 많이 문제가 발생하는데, 코로나 때는 호흡이 안 돼 응급차를 하루에 한 번 이상 타기도 했다"고 말했다.

◆엄마의 외벌이로 경제적 부담 커

4인 가구인 재연이네는 평소 아빠가 재연이를 돌보고, 엄마가 병원에서 일하며 가계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개인 사업을 하던 아빠의 일이 어려워지면서 큰 빚을 지게 됐고, 네 가족이 단칸방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재연이 아빠는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고 개인회생 신청까지 했다.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3개씩 하는 등 7년간의 회생절차를 통해서 빚을 청산했다"면서 "큰 빚 때문에 아이를 병원에서 퇴원시켜야 했고, 우리 가족이 원룸에서 생활할 때는 아빠로서 미안함이 컸다"고 말했다.

지금은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빚을 청산하고 지난해엔 LH임대아파트에 선정돼 예전보다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엄마의 근로소득만으로는 네 가족의 생활비와 월세, 병원·치료비를 부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특히 누나와 재연이가 성장해감에 따라 발생하는 교육비 등 지출이 커져 애로사항이 크다.

◆사랑으로 똘똘 뭉친 재연이네

재연이는 다행히도 병세가 악화하고 있진 않다. 평소 부모님과 누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서다.

아빠는 행정복지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나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재연이가 보다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엄마는 퇴근 후 재연이를 안으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하루의 피곤을 씻어낸다. 고등학생인 누나도 자신이 공부하는 이유는 동생과 같이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주고 싶기 때문이라며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재연이 아빠는 "재연이와 무엇을 더 하고 싶다는 것보다는 지금에 만족하면서 재연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우리 가족이 앞으로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지금 이 시간을 항상 소중하게 여기고 재연이와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레녹스가스토증후군 앓는 도연이(가명·영남일보 9월19일자 9면 보도)에게 영남일보 독자 분들이 총 80만7천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 후원금 모금 계좌 : 기업은행 035-100411-01-43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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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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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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