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끝까지 최선 다할 것"
의대 진학 노리는 N수생 발걸음도 이어져
학부모, 담당 교사 등 격려·응원 릴레이
2025년도 수능일인 14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15시험장인 수성구 대구여자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가 수험생을 배웅하고 있다.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14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맞아 대구지역 수험생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장으로 입실했다. 올해 수능은 의대 증원이 반영된 첫 시험으로, 의대에 도전하는 반수생과 재수생 등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면서 수험생들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만큼 학부모와 교사, 후배 학생들, 각종 기관단체 등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들을 힘껏 응원했다.
◆수험생들 "평소 실력만큼만…"
이날 오전 6시 30분쯤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5시험장인 동구 청구고 정문 앞. 이른 시간임에도 수능을 치려는 수험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수험생들의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가운데 시험장에서 공부할 책이 든 가방, 도시락을 들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노현주(18)양은 "부모님이 같이 오면 더 떨릴 것 같아서 혼자왔다"며 "오히려 9월 모의평가를 볼 때보단 덜 떨린다. 오늘이 끝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후련하다"고 말했다.
부모, 동생 등 온가족과 함께 청구고를 찾은 한 수험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며 가족을 꼭 끌어안고 교실로 향했다.
반려견과 가족을 동반한 박현규(18·대구 동구)군은 "수험 생활 동안 부모님이 맛있는 것도 챙겨 주시고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살짝 긴장 되는데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수능과 관련한 112 신고는 총 15건이 접수됐다. 이송 요청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수험표 관련 4건, 시험장 착오 1건, 교통 불편 2건 등이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44분쯤 시험장에 늦게 도착할 것 같다는 수험생의 신고를 접수하고 순찰차를 이용해 주거지(서변동)에서 시험장(동문고)까지 약 10㎞ 거리를 이송했다. 또, 7시 55분쯤 달서구 효성여고 인근에서 "신분증을 두고 왔다"고 교통경찰관에게 요청한 수험생을 위해 순찰차로 집까지 찾아가 부모를 태워와 신분증을 시험장에 전달하기도 했다.
◆의대 증원 후 첫 수능…N수생 발길 이어져
이번 수능에는 반수생, 재수생, 삼수생 등 이른바 'N수생'이 21년 만에 가장 많이 몰렸다. 대구지역 각 시험장에 방문한 재수생들은 저마다 시험 난이도를 예상하면서 비장한 표정으로 수험장에 입실했다.
재수생 조형준(19·대구 북구)씨는 "작년에는 추위 탓에 입실하면서 손이 떨려서 더 긴장됐는데 올해는 날이 따뜻해서 좋다. 재수 생활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수능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6·9월 모의평가 난이도 편차가 커 이번 수능의 난이도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모든 수험생들에게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의대 증원이 반영된 첫 시험인 만큼 의대 진학을 노리는 'N수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의대 진학을 위해 7년 만에 수능을 준비했다는 정동고 출신 은지원(24)씨는 "경북대 공과대학에 입학해 현재 의대 기초 연구 관련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의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마침 올해 의대 증원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5월부터 수능 준비에 돌입했다"며 "준비 기간은 짧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올해 의대 진학에 실패하더라도, 의대 인원이 증원된 만큼 내년에 다시 도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장 앞 열띤 '수능 응원'…학부모는 눈물 짓기도
이날도 어김없이 수험생을 응원하기 위한 '응원 군단'이 시험장 앞을 가득 메웠다. 청구고 앞에선 대구동구녹색어머니회, 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기관들이 함께 모여 핫팩, 가벼운 간식 등을 나눠주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윤창수 동구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은 "예년엔 '수능 한파'를 감안해 핫팩을 준비했지만 올핸 날이 따뜻해 가벼운 간식 위주로 선물을 챙겼다. 오늘이 인생의 끝이 아닌 시작인 만큼 수험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미소지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를 응원하며 시험장으로 보낸 뒤 한참이 지나도록 쉽사리 돌아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기도 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수험생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닦는 모습도 포착됐다.
청구고 앞을 한참 서성이던 학부모 박소정(여·46·대구 남구)씨는 "첫 아이의 수능이라 그런지 내가 더 긴장돼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나마 우리 아이는 수시에 합격해 긴장을 덜었지만 다른 수험생들은 오죽할까 싶다"며 "긴장하지 말고 후회 없이 수능을 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 시험장 주변에는 담당 교사들의 응원 릴레이도 펼쳐졌다. 교사와 후배 학생들은 멀리서부터 제자 및 선배를 알아보고 이름을 부르며 손을 크게 흔들었다. 교사들은 준비해온 떡, 초콜릿 등을 나눠주며 제자들을 꼭 안아주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형진 혜화여고 교사는 "3학년 담임으로서 내가 더 긴장되는 것 같다.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제자들도 아마 그랬을 것 같다"며 "제자들이 1년간 정말 잘해왔다. 충분히 해온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긴장만 안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구경모·장태훈·조윤화 수습기자
이남영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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