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N수생 전체 31% 차지…21년 만에 최다
지난해 의대 정시 합격자 80% N수생…"삼수도 필수"
"N수 현상과 해결책 대한 다각적 고민 필요" 의견도
2025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4일 대구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룬 수험생들이 홀가분한 걸음으로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영남일보DB |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N수생(대입에 2번 이상 도전한 수험생)' 16만 1천명에 달했다. 전체 응시생(52만2천명)의 31%를 차지하는 규모로, 2004학년도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의대 증원으로 '반수생' 등의 의대 도전이 늘어나며 이런 현상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러다 'N수가 N수를 부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MZ세대' 수험생들은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취업에 유리하거나 전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대학·학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재수·삼수를 해서라도 안정적인 직업이나 정년이 없는 자격증 취득에 유리한 대학·학과에 진학하려는 욕구가 커진 것이다.
특히, 의약학 계열은 'N수'가 하나의 필수 코스처럼 됐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진학하기 어렵지만, 또 그만큼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선망의 대상이다. 의약학 계열은 한 번 들어가면 평생을 보장받을 수도 있어 최상위권 수험생 사이에선 '삼수도 필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대 정시모집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이 무려 79.3%나 됐다. 고3 재학생 합격률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N수생의 몫인 것이다.
N수생이 대세로 자리 잡은 건 지역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의대 합격생을 많이 배출한 전국의 상위권 고교에서 '고3 재학생 대비 N수생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가 대구 수성구에 있는 경신고였다. 경신고는 휘문고와 단국대사대부고 등 서울 강남의 명문 학군보다도 N수생 비율이 높아 지역에서도 N수가 고착화했음을 반영했다.
대구의 한 고3 수험생은 "평소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올 수능에선 N수생이 많다 보니 생각했던 성적표를 받지 못할 것 같다"며 "결국엔 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재학생은 수능 경험이 있는 N수생에 비해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N수생이 많이 유입되면서 'N수가 N수를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상직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우리 사회에서 학벌에 의한 서열화가 고착화하면서 입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에 따른 여파로 N수생 양산이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N수 현상의 원인이나 근본 해결책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고, 결과의 불평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고민을 통해 교육 문제의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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