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장기수 A씨, 시 부문에 응모
"2023년도에 당선된 장기복역수 소식 듣고 용기냈다" 밝혀
"영남일보는 편견이 없다"는 인식 퍼지면서 해외서도 잇따라 응모
2025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한 장기복역수 A씨의 작품과 함께 보내 온 편지. |
2년전 교도소 장기복역수가 당선돼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던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또 다시 경북지역 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장기수의 작품이 접수됐다. 또 지난해 재미교포가 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해외 응모작도 잇따르고 있다. 접수 마감일이 2주 남은 가운데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대한 예비작가들의 관심이 여느 해 보다 뜨겁다.
최근 자신을 장기수라고 밝힌 A씨가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모하며 짧은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에서 A씨는 "45년 세월을 살아오면서 시집을 가까이 접해본 적도 없다.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장기수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은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어떤 식으로 시를 적는지 모르지만 무작정 쓴 것이 부족하다. 저도 장기수라서 저 자신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서툰 마음으로 도전한다"고 밝혔다.
A씨가 편지에서 언급한 장기수는 '2023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한이로 시인이다. 한 시인은 교도소 장기복역 중에 당선돼 그해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당시 "문학이 교정의 역할을 한 상징적인 사례"라며 문학계와 교정 당국은 물론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수많은 응원과 찬사가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도 수감 중인 한 시인은 지난해 시 전문지 3곳에 신작 14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한 시인의 당선으로 예비작가들 사이에는 "영남일보 신춘문예는 편견이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2024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인 재미교포 이수정 작가도 "고국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에 도전하고 있지만 작품 제출 과정부터 진입장벽이 높다. 일부는 '한국 거주자에 한함'이라고 자격 제한을 두기도 한다. 포기할까 생각하던 차에 장기복역수가 당선됐다는 기사를 읽고 영남일보는 편견 없이 오로지 작품만 보는 신문이라는 생각에 응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미교포 이수정 작가의 당선 또한 올해 해외거주자의 응모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4일 신춘문예 공지가 나간 후 지금까지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에서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 이 작가는 최근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상금 5천만원)을 수상자로 결정됐다. 수상작은 내년 2월 출간된다. 이 작가와 같은 해 시 부문에 당선된 성욱현 시인도 최근 동화 '6교시에 너를 기다려'(문학동네)를 펴냈다. 등단 이후 작품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작가'들이 많은 가운데 영남일보 신춘문예가 '작가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는 12월5일 접수 마감된다. 당선자는 2025년 1월 신년호에 발표된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백승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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