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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창]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이다

2024-11-27

사업가의 겉모습과 진실
화려함 뒤의 무거운 현실
각자의 길에 새겨진 이야기
이해는 공감 이상의 노력
보이는 것 너머를 생각하며

[시선과 창]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이다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사업을 하다 보니 가끔씩 마주하는 동경의 시선들이 있다. "젊은 나이에 사업체를 운영하시니 대단하시네요" "본인 사업을 하시니 참 좋으시겠어요" "자유롭게 일하실 수 있잖아요." 후배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면 으레 듣는 말들이다. 종종 사업가의 삶은 대단히 화려하고 또, 자유롭게 비친다.

하지만 대부분 모를 것이다. 매일 밤 결제 계좌 잔고를 확인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순간들을.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올 때마다 느끼는 무거운 책임감을. 계약이 무산되거나 거래 대금이 밀리는 날의 절망감을. 겉보기에는 '자유로운 사장님'이지만, 실상은 무거운 결정을 매일같이 내려야 하는 부담감과 싸우는 나날들이다.

어느 날 한 후배가 물었다. "형, 저도 사업 시작해볼까 해요. 조언 좀 해주세요." 순간 머뭇거렸다.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숨겨진 현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그저 "쉽지 않아"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수용하기만 했던 것들의 현실을 볼 때 완전히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읽은 이 문장이 요즘 더욱 깊이 와닿는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가. 누군가의 선택이나 삶의 방식 뒤에 숨겨진 고민과 노력을, 화려해 보이는 삶 뒤에 가려진 어두운 밤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채 말이다.

어떤 순간들은 우리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다. 내가 알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하루하루 치열한 싸움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을, 그저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누군가의 삶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무게가 실려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각자가 걸어온 길이 다르다는 것을.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이 다른 이에겐 사치일 수 있다는 것을.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여러 고민과 선택의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선택의 순간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무수한 맥락들이 있다는 것을.

때로는 가장 쉬워 보이는 길이 누군가에겐 가장 힘든 길일 수 있다. 밝은 미소 뒤에 숨겨진 고독한 밤들을, 평온해 보이는 일상 속에 깃든 치열한 고민들을 누가 알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면, 잠시 멈춰 생각해본다. 그들의 발걸음에 어떤 이야기가 새겨져 있을지, 그들의 어깨는 어떤 무게를 견디고 있을지.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감하는 것 이상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현실들을 인정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맥락들을 존중하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이나 삶의 방식을 쉽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이 걸어온 길과 그 과정에서의 고민들을, 말로는 온전히 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 또한 더 이상 쉽게 무엇을,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얼마 전, 그 후배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그의 이야기를 더 깊이, 묵묵히 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후배의 진지한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내가 걸어온 길이나 방식들이 그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의 선택과 여정에도 분명 나는 모르는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종종 타인의 삶을 판단하기를 즐긴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묻는다. 과연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전부일까? 우리가 보지 못하는 현실들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일들은 지금도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

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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