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교수·연구자 연대회의 "반민주·반역사 청산 앞장"
학생 "관성 깨는 게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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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대학생운동본부 경북대학교지부 회원이 4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입구에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오늘날 수많은 지성인은 기회주의자로 추락했다. 정신과 철학은 사라지고, 개인 업적에만 몰두하는 절름발이 신세다. 사회 지형에 억눌려 자기 검열을 일삼고 침묵해왔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인한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선 지성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10여 년간 혼란한 사회를 외면한 지성인들이 자성하고, 이번 상황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성인들 역할에 대해선 "이번 사안에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TK 시민조차 반응이 엇갈린다. 그런데도 지역 지성인들은 과연 목소리를 낼 것인지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품위가 무너졌다"며 "지성인들이 이를 자각하고, 다시 본연의 역할을 맡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 지역과 대한민국을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시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대학가 곳곳에선 조금씩 강력한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교수연구자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성명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반헌법적, 비상식적 작태를 통해 드러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무도함은 더 이상 대한민국 국정을 책임질 수 없음을 백일하에 드러냈다"며 "대구경북 교수·연구자들은 지역민과 함께 윤 대통령을 퇴진시키겠다. 그간 대한민국 공동체가 지킨 민주주의, 공동체 가치를 훼손한 반민주적·반역사적 일당 청산에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 의장인 김문주 영남대 교수는 "현 시국에 지성인들이 나선 것은 한국 사회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지향점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특히, 대구경북은 보수가치에 있어 중요한 지대다. 그만큼 지역 지성인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간 소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은 청년을 민주주의 시민으로 성장시킬 책임이 있다. 학생들의 흩어진 의견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과정 역시 교육의 장이다. 이 과정에서 교수 등 지성인이 함께 연대해 성숙한 시민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대에선 이날 오후 3시30분쯤 교수·학생 등 20여 명이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정희는 수 차례 계엄령을 발동하며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고 살해했다. 국민 자유를 군홧발로 짓밟았다. 윤 대통령도 이를 따라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가. 우리는 더 이상 안일하게 대처해선 안된다"고 했다.
학생 대표 김상천(윤리교육학과·22)씨는 "여러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요즘 대학생은 과거와 달리 탈정치 성향이 있다. 반드시 목소리를 내야 할 지금도 나서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관성을 깨는 게 급선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선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조윤화 수습기자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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