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조롱에서 지역 비하까지…'2찍들' 표현에 갈등 심화
대구·경북 네티즌들, '지역감정 부추기는 비난 멈춰 달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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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대구·경북 지역을 비하하는 게시물들이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구경북지역을 향한 인터넷상의 비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치적 조롱에서부터 지역비하까지 다양한 형태의 비난이 급속도로 퍼지며 갈등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민들을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2번'에 빗대어 '2찍들'이라는 표현으로 비난의 강도를 격화시키고 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에는 한 상인의 "오죽했으면 그랬겠냐 싶다"는 인터뷰 캡처가 빠르게 확산됐다. 영상 속 상인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전통시장명이 그대로 노출된 채 퍼지면서 당사자에겐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SNS에선 대구경북 지역민이 만들었다며 '계엄 나같아도'라는 포스터도 등장했다. 이 이미지에는 △아이들 장학금 삭감 △마약 수사 방해 △치안과 소방 붕괴 △고금리 지원 삭제 △육아휴직 축소 △원전 R&D 축소 △냉난방비 삭감 △군장병 지원 축소 등 국회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마지막에는 검은 얼굴과 냉소적인 미소를 띤 캐릭터가 '본인들 월급만 올린 국회'를 풍자했다. 국민적 분노를 자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포스터의 제작자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도 조롱 대상이 됐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로 합성하거나, 제막식 참석자들의 얼굴을 퍼나르며 '2찍들'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이같은 대구경북민 비하 게시물은 점차 대구와 경북을 배척시키는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대구경북은 절대 여행 가지 않겠다' '대구경북 사람들과는 말도 섞지 않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대구경북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유튜브에선 과거 대구경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자료를 인용해 조롱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를 본 지역 네티즌들은 "제발 지역 비하 발언을 멈춰 달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응수했다. 한 네티즌은 "대구경북에 사는 20~40대는 무슨 죄인지 모르겠다. 왜 모두가 싸잡아 우리를 비난하느냐"며 "이런 비상시국에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동은 절대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비상계엄령 선포 충격이 맞물리면서 대구경북에 대한 비난과 이 지역 고령층을 향한 상식 밖의 비하가 난무하고 있다"며 "이러한 혐오와 비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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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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