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여부 모른체 병원 달려와
몇년 전 조업 중 한쪽 팔 다쳐
배 타는 거 말려도 고집 못 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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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경주 동국대 경주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금광호 기관장 A씨 빈소 모습. 구경모수습기자 |
금광호 기관장 A씨 빈소가 차려진 9일 오후 동국대 경주병원 장례식장. 한동안 적막이 맴돌았다. A씨 아내와 큰 아들이 영정 사진 등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작은아들 등 남은 가족들은 허공을 바라보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힘없이 빈소를 지키고 있던 작은 아들은 "회사에 출근했다가 큰 형님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아버지가 어제 바다에 나가셨다는 게 마지막 소식이다. 지금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맨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 아내 B씨가 남편 소식을 들은 건 이날 오전 8시. 사고가 난 지 2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마저 병원이나 해경으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게 아니라 지인으로부터 듣고 알게 됐다.
아내 B씨는 "어제 오후 친구를 만나고 오후 4시쯤 바다에 나간다며 인사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며 "한 지인이 빨리 사고 난 배가 있는 장소로 가보라 해서 갔다. 아무도 없어 우왕좌왕하는데 낯선 사람이 '남편이 병원에 있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남편의 생사여부도 모른 체 병원에 왔다. 누가 죽었고, 누가 살았는지, 구조는 됐는지 등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몇년 전 A씨는 야간 조업 중 배에서 떨어져 한쪽 팔을 심하게 다쳤다고 했다. 그때 이후로 가족들은 A씨가 배 타는 걸 극구 말렸지만, 그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B씨는 "그때 더 뜯어말리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된다. 배를 그만 타려 해도 이 동네엔 기관장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이 없다 보니 조금만 더 일해달란 주변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게 두 달째"라고 했다. B씨는 더 이상을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최시웅기자·조윤화수습기자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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