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상인들 "대구 민심 돌아서"
방문 가게선 사진·친필사인 내려가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인들이 손님을 상대하고 있다. |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한 이불 가게에 손님이 모여 있다. |
10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손님을 맞고 있다. |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흔적' 지우기가 확산 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기울어진 민심을 반영하듯, 대통령 관련 사진과 친필 서명 등이 지역 곳곳에서 사라지는 모양새다.
10일 오전 10시쯤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대다수는 윤 대통령에 관한 질문에 그저 고개만 가로저었다. 정치 시작 후 위기 때마다 윤 대통령은 '보수의 성지' 서문시장을 찾았다. 그때마다 상인들도 격한 환영으로 초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윤 대통령을 향한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민의 입장에서, 최근 대통령의 실망스러운 행보로 배신감이 누구보다 크다는 게 상인들의 중론이다.
떡 가게를 운영 중인 A씨는 "예전엔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근 하는 행동을 보면 도저히 지지할 수가 없다"며 "윤 대통령도 싫고, 그 아내는 더 싫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B씨도 "대구에서 그만큼 밀어줬는데 바보짓을 한 거다. 이제 여기도 보수가 전멸이다"며 한탄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방문해 유명세를 탔던 가게에선 대통령의 흔적이 사라지고 있었다. 2022년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방문해 입소문을 탄 칼국수 가게에선 더 이상 대통령의 사진과 친필 사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C씨는 "밥 먹다 손님들이 욕하는 게 싫어서 현수막을 뜯었다"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이불을 구입했던 침구 가게 직원은 "대통령이 찾았다는 이유로 서문시장에 불났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서문시장연합회 관계자는 "서문시장 상인분들이 윤 대통령을 응원해 주고픈 마음이 있어도 이미지가 안 좋아지다 보니 가슴 아프게 뗐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서문시장과 함께 양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칠성시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번데기를 판매하는 D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계엄 사태로 더 힘들어졌다. 대구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며 "대통령이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차요원으로 일하는 E씨도 "대체적으로 반응이 안 좋다. 특히 청년들은 마음을 완전히 돌린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버지를 따라 횟집을 운영하는 20대 남성도 "윤 대통령은 탄핵당해야 한다. 여기서 일하는 젊은 상인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다녀갔던 곰탕집에선 아직 사진과 사인이 걸려 있었지만, 업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곰탕집 사장은 "일반 사람도 와서 밥 먹고 가는 것처럼 대통령도 똑같다. 수많은 손님 중 한 명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장태훈·조윤화 수습기자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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