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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상화시인상] 수상작-박판식 시집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문학동네)

2024-12-11

[제38회 상화시인상] 수상작-박판식 시집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문학동네)
노상동 作
[제38회 상화시인상] 수상작-박판식 시집 나는 내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문학동네)

로보토미

-나는 내 어리석은 인생에 시원한 구멍을 내고 싶다

이곳에서는 사람의 영혼이 벽시계의 뻐꾸기처럼 매달려있습니다

실패의 수많은 길들이 변두리로 지방으로 끝도 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방심한 한 덩어리 빵처럼 택시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누군가는 정말 냉정한 사람들을 끝도 없이 만났다고 중얼거립니다



어떤 사람은 내가 학교를 너무 오래 다녀서 그런 거라고 말합니다

출생은 나의 무책임한 교사이고 아버지입니다


생명을 소모하면서 이곳에서 나는 내 꿈을 빚 덩어리처럼 굴려왔습니다

외로운 사람에게 이곳은 찬 강물과 같습니다

꿈의 파편들이 추하고 가난하게 뭉쳐다닙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끝난다는 사실에

나는 몸서리가 쳐집니다

사람도 이곳에서는 소모품에 불과합니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자 판사 앞에서 궁색한 자세로 서서

나는 한참이나 외로운 벽이 됩니다

내 딱딱하고 어두운 욕망을 얼마든지 망치질하고 부수어도 됩니다

합법적으로 살고 합법적으로 죽은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평범한 기적입니까


나는 나를 끝없이 속일 수 있습니다

나를 속이지 않는 일이 가장 쉽고도 어렵습니다

끝없이 윤회하는 일이

범죄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기자 이미지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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