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명 모집에 단 12명…의료현장, 지원율 쇼크 직격탄
"지원율 저조에 질적 문제까지"…대구 의료 붕괴 가속화
대구 한 수련병원에 의료진과 환자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영남일보 DB> |
최악의 레지던트 지원율 속에서 대구권 일부 수련병원이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지원자 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지원자들 인성과 실력까지 예년보다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서다. 병원들은 부족한 인력을 채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채용하면 병원 운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마감한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대구권 7개 수련병원에선 총 297명 모집에 12명(4.04%)만 지원했다. 경북대병원 4명, 대구가톨릭대병원 3명, 대구파티마병원 2명, 칠곡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대구의료원 각 1명씩이다. 합격자는 오는 15일 필기시험과 17일 면접(실기)시험을 거쳐 19일 결정된다.
그러나 이번 지원자 중 소수는 인성과 기초 의학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권 A 수련병원 관계자는 "인력 충원이 절실하지만 지원자 능력이 전반적으로 낮아 채용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수련병원은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 아니라, 전문의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무작정 뽑았다가 병원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B수련병원 관계자도 "지원율이 낮아질수록 병원은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결국 기준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지역 의료 수준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수련병원은 전공의들에게 의학적 기술과 전문성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지만, 최근 상황은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C 수련병원 관계자는 "기존엔 지원자 중에서 우수 인재들을 뽑아 훈련시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자가 워낙 적어 뽑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며 "이는 지역 의료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에 있다고 본다. 비상계엄 선포와 의료진 처벌 논란, 의대 정원 증원정책 등으로 의료계 내부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전공의 지원율 저하와 질적 문제까지 초래됐다는 것.
대구 달서구 한 개원의는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는 건 단순히 갈등 문제를 떠나, 현재 의료환경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의료진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이같은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