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에서 나와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의 '한동훈 대표'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이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대표는 탄핵안 가결 후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헌·당규에 따라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되면서 '불명예'로 물러나게 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 직후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최고위원 4명(장동혁, 진종오, 김민전, 인요한)이 사의를 표명했다. 의원총회에서는 이번 탄핵 가결 결과에 따른 '한 대표 책임론'이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지도부인 최고위원들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데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대구경북 출신의 원외 김재원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그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모두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게 됐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사퇴할 경우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나오며 "오늘 결과를 대단히 무겁게 받아들인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국민과 함께 잘못을 바로잡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지도부 붕괴는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이는 당내에서 한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즉각적인 직무수행 정지 및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뒤 당내에서는 한 대표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고 이날까지 지속됐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의원총회에서도 한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북 광역단체장들도 한 대표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야당의 폭압적인 의회 운영에서 비롯된 비상계엄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 지도부는 총사퇴하라"며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정비부터 해라"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페이스북에 "한동훈 체제는 총사퇴해야 한다"며 "소수 의석으로 거야에 맞서야 함에도 단합하지 못하고 분열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협의회도 이날 성명문을 내고 "한동훈 대표는 탄핵 가결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국민의힘에 더 이상 배신자는 필요 없다"고 일갈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기자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