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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취업, 답없는 월급, 캄캄한 미래…눈물겨운 2040세대

2024-12-25

[끊어진 자산증식 다리…대구 청년의 짐] (2) 지역경제 이끌어갈 세대의 고군분투

대구 경제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과거 세대와 달리 현재 대구의 젊은 세대는 경기불황 탓에 불안정한 일자리와 낮은 소득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 지난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구지역본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북대 학생의 23.4%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같은 통계 뒤에는 각 세대의 눈물겨운 고군분투가 있다. 연기자를 꿈꾸는 20대 청년, 결혼과 미래를 고민하는 30대 직장인, 가족 5명을 부양하며 버티는 40대 자영업자의 스토리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당면한 현실을 들여다봤다.

목마른 취업, 답없는 월급, 캄캄한 미래…눈물겨운 2040세대
대구 북구 경북대에서 열린 '2024 대구경북 공공기관 지역인재 합동채용설명회'에서 취업준비생이 취업지원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최저임금조차 못받는 알바하며 열공
정규직 꿈…인턴 경험쌓기에 필사적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3학년 이은지(25·대구 동구)씨는 현재 휴학 중이다. 지난해 고향인 대구에 온 그녀는 대구 동성로 근처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진짜 꿈은 연기자다. 이씨는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연기 준비를 하기 위해 최소한의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애쓰는 중"이라고 했다. 아르바이트 수입 대부분은 꼬박꼬박 저축한다.

학원 강사로 일하기 전엔 편의점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 곳에선 최저임금도 못받았다. 이씨는 "임금은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며 틈틈이 공부도 할 수 있어서 견뎌냈다"고 했다.

4학년 복학에 대한 압박감도 크다고 했다. "정규직은 물론 계약직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친구들도 인턴 경험을 쌓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이씨의 한 친구는 지난해에만 세 번이나 인턴으로 일했지만 끝내 정규직은 되지 못했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비책으로 회계사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언제까지 오디션만 보러 다닐 순 없잖아요. 30살까지만 도전해보고 이후엔 직장을 구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사무직 취업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미리 회계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사회 초년생으로서 돈을 벌고, 모으고, 투자하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낯설다고도 했다. 이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바른 금융교육을 받았다면 수입, 지출, 투자에 대한 개념을 더 잘 이해했을 것이다. 지금은 금융 지식이 부족해 당황스러운 순간이 많다"고 토로했다.

목마른 취업, 답없는 월급, 캄캄한 미래…눈물겨운 2040세대
결혼 생활을 꿈꾸는 30대 윤다희씨는 월급을 쪼개 모은 돈을 모두 잃었지만,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월 60만원씩 7년 모았다가 사기 당해
투자·결혼 밑천 없어 부모에 기댈 판


올해로 9년차 치과위생사인 윤다희(여·31·경북 경산시)씨 월급은 300만원 정도다. 병원에서 실장을 달면서 직급 수당으로 20만원쯤 더 받는 덕에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 윤씨가 사회에 갓 진출했던 1년차 땐 월급이 129만원이었다.

"30살까지 5천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로 없는 돈을 쪼개 매달 60만원씩 7년을 모았어요. 그렇게 모은 돈을 결혼 자금으로 쓰려고 불리다가 몽땅 날렸어요. 일부는 투자 사기를 당했고, 주식에 넣은 돈은 3분의 1이 날아갔어요." 윤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번듯한 결혼생활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윤씨는 "결혼식을 하려고 계산해보니 신혼집을 구할 돈은 제외하고도 5천만~6천만원은 필요할 것 같다. '모은 돈을 날리지 않았더라면 진작 결혼했으려나' 싶어 후회도 했었다"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결혼을 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니 요즘 청년들이 왜 결혼을 망설이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됐단다. 결혼 적령기인 윤씨가 또래를 만나면 답이 안나왔다. 또래의 경우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중에 자금여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설사 결혼식을 해도 자녀 양육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까지 계속 궁핍한 생활이 이어질 수 있다.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재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투자 밑천도 결국 부모 능력에 따라서 다른 게 현실이에요. 입에 풀칠할 정도 벌어서 사는데 주식이니, 코인이니 했다가 잃으면 빚만 잔뜩 떠안는 걸요. 그런 빚이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자산 여유가 있어야 투자를 계속 고민해볼 수 있어요. 시작점이 다른데, 이걸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없어요."

윤씨의 고민은 날마다 다른 상상으로 연결된다. "결혼도, 자녀도 원하지만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부자 부모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조차도 어렵거든요. 가진 게 하찮아도 자식 세대에 신분 상승 기회를 넘겨주든지, 그냥 제 인생 즐기며 살 건지 하루하루 마음이 달라져요."

목마른 취업, 답없는 월급, 캄캄한 미래…눈물겨운 2040세대
40대 김영재씨는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식당 운영하며 대리운전·배달대행
몸이 너무 힘들고 병원비가 더 들어


대구 달서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영재(45·대구 수성구)씨. 세 아이와 아내의 가장이고, 몸이 불편한 부모님도 모시고 있다. 가족을 위한 책임감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수익이 들쭉날쭉해 생활비와 운영비를 맞추는 것도 정말 힘들어요. 노후는커녕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전부죠." 김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5년 전 대구의 명소 '김광석 거리'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관광객들로 붐비던 시절도 있었는데, 코로나 이후 다 바뀌었어요. 월세가 300만원이었는데, 평일 매출이 2만~5만원까지 떨어지니까 더는 버틸 수 없더라고요. 결국 권리금도 포기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죠."

3년 전 죽전동에서 새 가게를 열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한 달 생활비는 500만원 안팎이다. 가족 생계비와 부모님 병원비, 주택 대출금, 자동차 할부금, 가게 월세까지 포함된 금액이다. "큰 아들은 대학생이라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지만, 등록금은 제가 부담해야 하니까 쉽지 않아요. 초등생 두 명의 학원비, 교육비도 100만원 넘게 들어가요. 진짜 부담이 크죠."

대리운전과 배달 일도 해봤단다. " 몸이 너무 힘들어서 병원비가 더 들더라고요. 결국 투잡은 오래 못 했어요. 번 돈보다 병원비가 더 나오니까 일을 더 못 하겠더라고요."

요즘 식당 운영도 쉽지 않다. 부쩍 오른 식재룟값이 큰 부담이다. "작년에 비해 자재비가 30%나 올랐어요. 그런데도 손님들이 끊길까봐 가격을 못 올리고 있어요. 단골 손님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니까 늘 걱정만 하고 있어요."

김씨는 미래를 위해 가상화폐와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악착같이 벌어도 저축은 꿈도 못 꾸고, 목돈을 마련하려면 투자 말고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수익보다는 손해가 많아서 이젠 투자금을 빼지도 못하고 있어요. 그래도 불안한 미래를 위해 무언가는 해야될 것 같아 이렇게 투자에 나섰어요. 이런 현실이 너무 답답해요."

이지영기자 4to11@yeongnam.com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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