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르네상스] '트럼프 2.0' 지역산업 기상도
철강 고율관세 유지 가능성
비용절감·대체시장 모색 등
대응방안 마련 필요성 커져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기대
![]() |
도널드 트럼퍼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연합뉴스 |
美의 탈중국 디커플링 기조
2차 전지 등 배터리 산업은
반사이익 등 기회 활용해야
철강 고율관세 유지 가능성
비용절감·대체시장 모색 등
대응방안 마련 필요성 커져
반도체·디스플레이는 기대
◆경제 및 수출 성장률 연이어 '하향'
![]() |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하 경제성장률) 성장률이 2.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전망과 비교하면 0.3%포인트(p) 내린 수치다. 하지만 비상계엄 충격을 고려하면 2%대 성장률은 오히려 낙관론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0.3%p 하락한 1.9%로 전망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한 바 있다. 민간 연구기관 중 유일하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내수 경기 회복 지연 속 높은 외수 경기 불확실성으로 1.7%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개선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 복귀 기대는 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무역정책 등 공약 실현 정도와 중국의 경기 부양책 강도, 경제 회복 수준, 지정학적 여건과 글로벌 공급망의 향방에 따라 국내 경기 흐름 및 회복세가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국내 경제의 체질 약화를 예상하는 배경에는 경제 버팀목인 수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96.1로, 4분기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지역경제 위협 트럼프 2기의 '보호무역주의'
트럼프 2기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보호무
역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정책 변화 △법인세 인하 및 감세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고율 관세와 최혜국 지위 박탈을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우리나라 수출 환경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수출 위축이 예고된 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의 '보편 관세' 정책이 실행되면 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까지 감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도 최대 0.67%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강화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미국시장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투자나 생산 시설 설립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임규채 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동안 한국과 미국 간 교역에서 긍정적·부정적 요인이 공존했다"면서 "자동차 관세 관련 한국의 양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수출이 감소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제품의 수출은 늘었다"고 했다.
◆지역 산업에 미치는 주요 영향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 정책은 지역 주요 산업에 복합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동차부품·철강·반도체·2차전지 등 핵심 수출 산업은 관세 및 무역 장벽 강화로 인해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철강과 자동차부품 산업은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대표적 분야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5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조선·바이오·기계 업종은 '대체로 맑음'이었지만, 자동차·2차전지(배터리)·섬유패션·철강·석유화학·건설 분야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 중국 자동차 산업 팽창을 위협요인으로 꼽았고 이에 따라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3.1% 감소한 270만대로 예상했다.
철강 산업 역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수입 쿼터 축소 가능성 우려와 자동차·건설 등 수요산업 부진, 중국의 공급 과잉에 따른 원가 이하 수출 공세 등으로 인해 '흐림'으로 전망됐다.
임규채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부품의 경우 보호무역 정책 강화와 관세 부과 등에 따라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리쇼어링 압박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 여부를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또 철강 산업에 대해서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고율 관세 유지 가능성으로 수출 경쟁력 약화가 예상되는 만큼 품질 향상, 비용 절감, 대체 시장 발굴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차전지 등 배터리 산업은 중국에서 과잉생산된 저가 제품이 유럽 등 주요 시장에 판매됨에 따라 지역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큰 하방 리스크로 꼽혔다.
김승태 한국배터리협회 정책지원실장은 "미국 IRA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30D) 폐지 우려, 전기차 의무화 정책 후퇴 등 위기 요인을 최소화하는 한편 미국의 탈중국 디커플링 기조 강화에 따른 반사이익, EU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인한 유럽 완성차 업체의 EV용 배터리 수요 확대 등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섬유패션 산업은 트럼프 정부의 대중 고관세 부과가 국내와 동남아 등에서 중국산 덤핑 물량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또 다른 지역 주력 산업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은 희망 섞인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데이터센터, 서버 등 AI 산업 인프라 지속투자, AI 기기(Device) 시장 출시로 인해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스마트폰 AI 기능 적용 본격화에 따른 교체 수요, 프리미엄 OLED IT·TV 출하량 증가로 인해 '대체로 맑음'이 예견된다.
권오영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장은 트럼프 집권에 따른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 관세 조치, 대(對)중국 제재 강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조정, 자국중심주의 제조업 강화를 위한 통상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 1기 때 글로벌 보호무역 조치가 늘어났던 만큼,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 2025년 대구·경북 수출 환경 및 리스크 (자료: 무역협회 대구경북본부) | ||
수출 환경 | 리스크 점검 | 지역산업 영향 |
세계 | ㅇ 3% 초반의 성장 | ㅇ 지정학 위기, K방산 수출에 직결 |
환율· | ㅇ (환율) 달러화 약세, 엔·유로·위안은 강보합세 | ㅇ 환율 변동성으로 인한 환차손 주의 |
공급망 | ㅇ 미국 중심 온쇼어링 유도정책으로 USMCA 수정 | ㅇ 멕시코캐나다 진출기업 영향 |

홍석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