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간담췌병원이 연 생명의 문

강승규 사회2팀장

대구가톨릭대의료원 간담췌병원이 문을 열었다. 단순한 병원 개원이 아니다. 대구경북 의료의 새로운 출발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 자원을 완화하고, 지역민들에게 생명을 건 희망을 제공한다. 하지만 병원의 성패는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 생존 본능은 생명을 위협하는 순간 가장 강렬하게 발휘된다. 간암, 담도암, 췌장암 같은 간담췌 질환은 고도 전문성과 정밀한 협진 없이는 생존 가능성을 절대 보장할 수 없다. 간담췌병원은 다학제 협진 시스템으로 이 도전에 응답했다.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가 하나로 움직이는 구조다. 그러나 협진은 시스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의료진이 중심을 잃지 않고 환자를 최우선에 둬야 가능하다.

병원 생명은 전문성이다. 최첨단 장비와 숙련된 의료진만이 중증 환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장비는 도구일 뿐이다. 이를 다루는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이 진료 수준을 결정한다. 최정예 인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이들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전념해야 한다. 민심을 읽는 정치와 마찬가지로, 의료도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중심 의료는 병원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 간담췌병원이 도입한 '원스톱 시스템'은 효율적이다. 환자 이동 동선을 최소화해 진료, 검사, 처치가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 반면 진정한 환자 중심은 물리적 편의성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중증 질환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극도의 불안을 겪는다. 병원은 이들의 정서적 고통을 함께 다뤄야 한다. 심리 상담과 정서 지원 프로그램은 필수다. 환자가 병원을 단순한 치료의 장소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의료의 중심이 되려면 협력이 필요하다. 간담췌병원이 지역 병·의원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4시간 핫라인과 환자 회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환자가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최신 의료 정보를 공유하며 지역 전체의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야 한다.

연구와 학술 활동은 병원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한다. 간담췌 질환은 여전히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새로운 치료법과 기술 개발 없이는 이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병원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국제 학술 교류에 나서야 한다. 간담췌 질환의 체계적 진단과 치료 모델을 제시할 때, 병원의 진정한 가치는 발휘될 것이다. 사회적 책임도 잊어선 안 된다. 간담췌 질환의 치료비는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이다. 경제적 약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또한, 예방 강좌와 건강 캠페인을 통해 지역민들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브랜드 가치도 높여야 한다. 성공적인 치료 사례를 알리고 병원의 이름을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간담췌병원이 지역을 넘어 전국적, 나아가 국제적 병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환자와 가족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간담췌병원의 개원은 단순한 시작이 아닌, 지역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다. 전문성, 환자 중심 서비스, 지역 협력, 연구, 사회적 책임. 이 모든 요소가 병원의 성공을 좌우한다. 대구가톨릭대의료원 간담췌병원이 세계 의료의 기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강승규 사회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