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집회 고려해 주말 아닌날 시도할 듯
경호처 관저 '요새화'에 돌파 난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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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발부받은 다음 날인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로 차량 한대가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기간 연장 이후 '2차 집행 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경호처의 '방어막'을 넘어야 하고 보수·진보 진영의 집회 충돌도 최소화 해야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즉각적인 시도보다는 시간을 갖고 유리한 시점을 고를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8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수처와 경찰은 2차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 시기 및 방식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차 집행 시도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2차가 마지막이라는 게 공수처의 각오다. 경찰도 여기에 맞춰 경찰특공대 투입 등 고강도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대통령경호처·보수단체 등과 충돌, 집회 참가 안전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윤 대통령 신병 확보가 그나마 유리한 시점을 찾는 것이다. 주말 집회 참가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르면 오는 10일 혹은 13~14일이 우선 거론된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대통령경호처 등 상대의 준비도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재발부 받으면서 유효기간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는 관저 앞 집회 충돌 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장을 집행한다면 출근 시간을 피한 이른 아침이나 낮 시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킨다고 했으므로 자정이나 새벽 등은 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선 좀 더 시간을 들여 정교한 작전계획을 세우고, 한 번의 실행만으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는 '원샷 원킬' 방안도 거론된다. 때문에 대통령경호처의 수뇌부를 무력화한 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전략도 나올 수 있다.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오는 10일 3차 출석 요구를 했다. 박 처장이 이날도 불응한다면 체포영장 신청이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입건된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함께 받아 윤 대통령 체포와 함께 집행할 경우 경호처의 힘을 빼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통령 관저가 1차 영장 집행 이후 철조망과 버스벽 등으로 사실상 '요새화'된 점이다. 지난 1차 시도 당시 관저로 진입한 공수처 검사와 경찰 등은 경호처와 군인들에 가로막혀 집행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지난번보다는 인원을 더 보강해 영장 집행에 나설 계획이다. 기동대와 특공대, 장갑차, 헬기 등 특수 장비를 투입해 일거에 제압하는 방안도 경찰 내외부에서 거론된다.
하지만 특공대 투입 등은 대규모 유혈 충돌로 이어질 수 있어 경찰이 쉽사리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국가기관 간 충돌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에 자칫 유혈 사태까지 터질 경우 사실상 '내전'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특공대 투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동원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관저 곁을 지키는 시위대 등도 작전 수행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 40여 명이 관저 앞을 찾아온 바 있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 시민과 함께 현직 국회의원들까지 관저 앞을 막아섰을 때를 대비해 경찰이 어떤 타개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