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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칼럼] 계엄의 숙주는 '방 안의 코끼리'다

2025-01-10

[이재윤 칼럼] 계엄의 숙주는 방 안의 코끼리다
논설위원

지난 칼럼에서 '극우 유튜브' '태극기 부대' '뉴라이트'와의 결별을 강조하며 계엄의 숙주가 다 그곳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인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극우 유튜브, 태극기 부대의 숙주는 어디입니까?" 이성이 해체되고 민주주의가 균열한 틈을 타 극단의 이데올로기와 인터넷 알고리즘, 정치에 오염된 종교가 뒤섞여 광기가 기생할 최적의 환경을 만들고 있다. 가장 강력한 숙주의 온상이 자못 경건의 옷을 입고 있다. 정치에 오염된 종교. 미국이 광풍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처럼,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이 두려워 누구도 말하지 않아 결국 큰 화근이 됐다.

장면1. 기도= 계엄 열하루 전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장. 특별 기도를 한 사람이 눈에 익다. 말끔한 군복 차림의 박안수 육참총장. 한국기독군인회 회장이다. 며칠 뒤 계엄사령관 등장의 예고편이었을까. 최근 '윤 호위무사'를 자처한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 조찬기도회장 자격으로 개회사를 했다. 트럼프의 슬로건 '반(反)동성애'에 개회사의 초점을 맞췄다. 과연 그 답다.

장면2. 교회 앞 현수막=영양군 한 교회는 '윤통 최고! 화끈한 2차 계엄 부탁해요'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이 교회는 '2차 계엄'을 위해 매일 철야 기도를 했다. 대한민국 꽤 많은 교회에서 '국가 지도자'를 위한 기도와 설교가 지금 뜨겁다. "윤석열은 예수 그리스도에 준하는 인물" "윤석열은 의인, 탄핵은 영적인 싸움"이라 참칭한다. 트럼프도 똑같이 불린 건 우연의 일치일까. 주말마다 교인들은 삼삼오오 광화문, 한남동으로 모인다. 이런 일이 한국 개신교 주류에서 일어나고 있다.

장면3. X마스 이브=윤 대통령이 12월24일 서울의 한 교회 목사 주재로 한남동 관저에서 예배를 드렸다. 폭탄주와 무속에 빠진 대통령과 여사의 예배는 기독교 윤리와는 거리 먼 트럼프의 '가족 예배'를 닮았다. 부조화하다. 왜 이브 예배를 드리고 이를 공개했을까. 교회를 향한 '메시지'다. 기독교인들의 분노와 혐오감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게 미 공화당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외치는 'Stop the Steal'은 트럼프의 2020년 대선 불복 구호다. 극우 복음주의 세력을 업은 '유사 트럼프' 행보가 대한민국에서 시전 중이다.

장면4. 관저 앞=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국본'과 신자유연대 등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은 매일같이 관저 앞에 모인다. 궁지의 윤 대통령에겐 유일한 희망이다. 주축이 극우 크리스천들이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우리 더 힘을 내자"는 독려의 편지를 보냈다. 일군의 사이비 종교집단이 당내 경선을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은 이제 더는 가설이 아니다. 수십만이 똘똘 뭉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니 무시할 수 없다. 종교와 정치가 만났을 때의 특징이 있다. '무관용' '배제'의 문화가 지배한다. 지금 우리 정치의 모습이다.

장면5. 주한 미 대사=차기 대사로 하원의원 출신 미셀 스틸(박은주)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들린다.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기독교 계열 페퍼다인대를 졸업했다. 트럼프 탄핵에 반대했고 부정투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코로나 마스크 강제 착용에 의문을 표했으며 동성결혼을 반대한다. 모두 미 극우 복음주의 행동 양식이다. 탄핵 소용돌이 속 그녀가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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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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