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돼 첫날 조사를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25년 1월15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구금'이라는 비극이 발생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등으로 구성된 공조본(공조수사본부)에 의해 체포됐다. 당초 우려했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 측과 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당분간 정국은 여야의 극명한 대치 속에 파국을 맞을 전망이다.
이날 오전 4시20분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도착한 공조본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주요 저지선인 '차벽'과 '인간띠' 등을 차례로 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 및 변호인단과 대치하기도 했지만 우려했던 경호처와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공조본은 6시간여 만인 오전 10시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43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됐지만, 대통령 신분은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경찰 측 호송차량이 아닌 경호차량을 타고 경기도 과천 공수처 사무실로 이동해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사 내내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밤 9시40분 공수처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약 10시간40분 만에 첫 조사가 종료된 것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윤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전 메시지를 냈다. "불법 수사지만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출석한다"고 말하는 등 공수처 수사에 순순히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공조본이) 경호보안구역인데 소방장비를 동원해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공수처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신문을 위해 200여 쪽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다음 단계인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체포영장을 집행한 공조본을 강하게 성토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법과 원칙, 절차적 공정성을 무시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 공수처의 비정상적 '칼춤'을 보면서 국민은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공수처가 체포를 고집한 건 진실규명 목적보다는 대통령 망신 주기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불법 영장 집행에 책임을 묻겠다면서 서울중앙지검에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과 오동운 공수처장 등을 직권남용과 불법체포감금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단체장들도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일제히 비판했다.
반면 야권은 윤 대통령 체포가 헌정 질서와 법치 실현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구속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윤석열을 구속 수사해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며 "그것이 헌정질서를 온전히 회복하고 정상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재명 대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이제 신속하게 헌정 질서를 회복하고 민생과 경제에 집중할 때"라며 말을 아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