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머리 민심은 정치
양극화 이유는 '알고리즘'
부정선거 등 확증편향 심화
서로 대화해야 풀 수 있어
권력구조 '개헌'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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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서울본부 정치팀장 |
설 연휴 기간에 참 많은 질문을 받았다. 정치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가족·친지들이 정치 한복판에 있는 기자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을 터. 하지만 일상적인 답변밖에는 할 수 없었다.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취재 내용 외에는 알 수 없기도 했지만, 급변하는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기가 부담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연장 불허와 재청구, 검찰의 구속 기소까지 이뤄지면서 모두의 관심은 정치에 집중됐다. 이번 연휴 밥상머리 민심은 분명 대통령 구속이었을 것이다.
사실 이번 명절뿐만 아니라 12·3 계엄 후에는 "왜"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대통령이 왜 계엄을 했는지, 야당이나 여당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마찬가지로 명확한 답은 못하지만, 그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꼭 하나 있다. 시작은 '알고리즘' 때문이라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세태가 지금의 정치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알고리즘은 이미 우리 의식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로 뉴스를 접하는 포털에서 첫 화면을 이용자가 흥미 있어 할만한 소식들로 '개인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요즘에는 휴대폰에서도 한번 봤던 내용과 비슷한 주제들의 기사들을 추천하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신문을 보고 다양한 소식을 접한다는 것은 이제 너무 구식이 되어버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만 본다. 본인의 생각과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이 있으면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도 일단 소비하고 본다.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도 이를 돕는다. 각자가 자신만의 세상에 갇히게 됐다. 더욱이 정작 정치인들조차 알고리즘에 갇혀서 반대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는데 시민들은 어떻겠는가.
부정 선거론은 이에 대한 대표적 주제다. 선관위가 잘했다 또는 잘못했다가 아니다. 선관위의 부실을 주장하는 쪽은 선관위가 반박 자료를 내더라도 무조건 반대 논리를 들고 와서 비판한다. 또한 유튜버나 일부 정치인들은 이에 동조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 상황이 이러니 '확증편향'은 시간이 갈 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속내는 모르겠지만, 비상계엄 사태 후 극심해지는 정치 양극화는 이런 알고리즘으로 인한 확증편향이라고 분명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결책도 간단하다. 굳이 논문과 같은 자료를 찾지 않아도 된다. 가장 먼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 3단원 '의견을 조정하며 토의해요'에서 답이 나와 있다. 의견이 다를 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의견을 도출하기 위해 의견을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대화와 협상이 없어진 여의도에선 꼭 새겨들을 대목이다.
정치구조에서도 해법이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대통령도 국회도 사실상 '승자독식'으로 한쪽만이 모든 것을 가지는 구조에선 모든 이슈가 양 극단으로 더 치달을 수밖에 없다.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개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1987년 우리 사회가 대통령 직선제에 목말랐다면, 2025년은 다양성이 시급하다.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소선거구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이런 정치 혼란을 계속해서 되풀이해선 나라가 너무 불행하다.
정재훈 서울본부 정치팀장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