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카메라 든 유튜버
상권활기 긍정효과 있지만
자극·폭력적 콘텐츠 양성도
가짜뉴스 생성 유통 반작용
잃은 것에 대한 자정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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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혜 경제팀장 |
설 명절 연휴 오후. 가족들과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알고 있던 맛집들을 꺼내가며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다. 가끔 생각나면 불쑥 찾아 사장님 내외분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묻던 중국집을 떠올렸으나 '지금 가면 대기가 길 텐데…' 하고 금세 생각을 접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알게 된 후 십수년 꾸준히 찾았던 경양식 식당도 오랜 웨이팅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공항 주변 구도심에서 할머니 혼자 맛있게 음식을 만들어 내주던 식당도 가성비 좋은 집밥 식당으로 소문나 이제는 못 간다. 공단지역에서 단돈 5천원짜리 집밥으로 근로자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노포 맛집은 몰려드는 인파에 몸살을 앓다가 결국 얼마 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식당 이름을 떠올리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면서 '구독'과 '좋아요'에 빼앗긴 것들이 떠올랐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TV방송에 맛집을 소개하고 음식을 먹는 먹방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낯선 곳을 여행할 때면 식당과 카페부터 검색하는 소비트렌드가 그 요인이다.
'노포감성'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오랫동안 단골장사만 하던 낡고 작은 식당들도 온라인 입소문을 타고 문전성시다. 이런 현상이 어떤 이에겐 낯선 도시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가는 소소한 행복을 주고, 어떤 자영업자에게는 새롭게 일어설 힘을 주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단골들은 나만의 맛집이 사라지는 상실감을 겪게 되고, 소소한 삶을 꿈꾸던 노포 주인장은 과로에 시달리다 휴업이나 폐업을 하는 부작용도 따르게 된다.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사람들로 붐벼도 결국 되는 가게만 되는 법이다. 안 되는 가게는 소음과 주차난, 쓰레기 더미로 불편만 가득이다.
구독과 좋아요에 잃어버린 게 어디 단골식당뿐일까. 유튜버들에게 조회수와 구독자수는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더 많이 볼 콘텐츠, 클릭을 유도할 콘텐츠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지고 있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들도 유통되고 있다.
'1인 미디어'를 자처한 유튜버들이 얼마나 더 자극적으로 영상을 생산하는지 봐왔다. '아니면 말고'식 폭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진실로 호도되고 있다. 계엄과 탄핵의 어수선한 정국 속에서 일부 정치 유튜브 채널에서는 하루 수천만 원대 수익을 올렸단 소식도 들린다. 폭력이 난무했던 서부지법 사태 역시 유튜버들의 과도한 언행이 불쏘시개가 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나온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에서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보는 자가 50%를 넘겼다. 미국 일본 등 조사대상 47개국 평균인 31%를 훨씬 웃돈다. 대통령마저 지난 1일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정도이니 유튜브의 커진 영향력을 새삼 실감한다. 정보의 홍수다. 과도한 경쟁에는 과장과 왜곡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콘텐츠에 우리가 이용당하는 건 아닌지. '구독'과 '좋아요'에 놓치고 있는 것,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단골식당의 멈춰진 시간 속에 잠시 머물고 감성과 추억을 되찾는 게 아니더라도 말이다.
윤정혜 경제팀장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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