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날 서로 협상 무산에 앙금 드러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와 정부가 한자리에 모였지만 반도체특별법 및 연금개혁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이어졌다. 여야 모두 서로 '네 탓'이라며 반발한 것이다.
21일 국민의힘은 전날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 회담에서 주요 현안에 합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연금개혁을 두고 입법권력을 독점한 민주당이 조금도 태도를 바꾸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민주당의 책임 있는 자세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의힘 측은 주 52시간제 노동 규제 완화에 힘을 실었다. 권 원내대표는 “반도체 연구 인력이 주 52시간 근무에 발목 잡힌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연구원과 기업인들도 반드시 주 52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주 52시간 예외 적용은 반도체 특별법의 알파요 오메가"라며 “국민의힘은 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을 10년 한시 적용에서 3년으로 줄여서라도 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이마저도 거부했다"고 말했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반도체 특별법과 연금 개혁 문제를 또다시 외면했고 국정협의회는 무위로 끝났다"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중도 보수(발언)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말이 아니라 행동과 정책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단일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만큼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다루고 모수개혁 후 구조개혁까지 이어가자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라며 “말로만 연금개혁이 급하다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민주당의 이중적인 태도는 미래세대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협상에서 국민의힘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이거 안 된다, 저거 안 된다' 이러지 마시고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이렇게 좀 포지티브하고 능동적으로 나와달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권당은 국가의 행정을 책임지는 여당 아닌가. 그런데 국정에 대해 아무 정책을 내지 않고 야당이 하자는 것을 반대만 하면 그게 무슨 여당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상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의 대미 통상외교를 지원하자고 했더니 국민의힘에서 미적거리며 '그냥 하면 되지 꼭 필요합니까'라고 말하시던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왜 안 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의힘은 이렇게 발목만 잡아서 국민들께서 집권 여당으로 인정할지를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뭐든지 반대하다 보니까 상속세 문제도 함정에 스스로 빠지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여야는 상속세 개편에서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높이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최고세율 인하 문제를 두고는 국민의힘은 찬성,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도체법에서 당장 합의가 안 되는 것(주52시간 근무 예외규정)이 있다면 더 논의하기로 하고, 합의된 것은 추려서 우선 처리할 수 있는 게 합리적 태도인데 국민의힘은 그걸 다 같이 못 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태도는 매우 비합리적"이라며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에만 노동시간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건데, 장시간 노동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