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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서로 어깨를 기댄다

2025-02-25

[문화산책] 서로 어깨를 기댄다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연대(連帶)'라는 말은 서로 연결되어 함께 책임을 지고, 공동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단어의 어원은 '연(連)'-잇다, 이어지다- 와 '대(帶)'-함께하다, 끌어안다-에서 비롯되었다. 연대는 피상적인 집합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배를 함께 저어 앞으로 나아갈 '노'를 가진 자들이 모여야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힘을 주거나, 서로 노를 젓는 사람을 구경만 한다면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연대는 바로 그 노를 함께 젓는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예술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과 통찰을 전하는 힘이 있다. 예술의 힘이 대구를 문화예술도시로 빚어냈다면, 이제 그 가치를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상적인 문화예술도시는 행정과 예술이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를 위해서는 양측이 각자의 역할을 다시금 성찰할 필요가 있다. 예술가들은 단순히 지원에만 의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시의 문화적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제안하는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지역 예술의 발전을 위해 어떤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그 안에서 예술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행정가들은 지역 예술계를 깊이 이해하고,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문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나아가 예술과 예술인을 행정적 성과나 정책의 대상이 아닌, 도시의 문화적 깊이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이 행정과 예술계 전반에 자리잡아야 비로소 '대구와 예술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도시'라는 비전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연대는 공허하다. 같은 공간, 같은 제도 안에 속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존중이 사라진 연대를 회복하기 위해서 대구와 예술인이 공유해야 할 것은 대구의 문화예술이 지켜온 본질적인 가치에 대한 신뢰와 비전이다. 진정으로 서로가 어깨를 기대어 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꿈꾸는 '문화예술도시 대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두 달여 동안 제게 허락된 7번의 '산책'은 걱정만큼 고되지는 않았습니다. 내향형 인간인 제가 이다지도 수다스러운 사람인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치 없이 무한 증식하는 생각들로 인한 체기를 저의 마지막 '산책'과 함께 덜어내려 합니다. 3월이 되면, '강 건너, 봄이 오듯' 대구의 문화예술도 다시 생기를 찾을 것입니다. 바다처럼 깊고 변화무쌍하며 끝을 알 수 없는 예술의 세계에서 용감하게 표류하시기 바랍니다. 가끔은 여러분과 제가 만나지는 때도 있겠지요. Bon Voyage, Bon Courage.

곽보라〈아트메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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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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