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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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영업을 종료할 예정인 홈플러스 내당점 전경.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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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폐점 예정인 홈플러스 점포 명단이 떠돌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대형 유통업체 '홈플러스'가 유동성 악화로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특히 2008년 10월 영업을 시작한 대구 서구 내당점은 하반기 폐점이 결정돼 영업 종료를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유동성 악화로 인한 기업회생절차가 점포 축소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홈플러스는 4일 신용등급 하락과 잠재적 자금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 부채 비율은 462%, 직전 12개월 매출은 7조462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부채 비율은 1천506% 개선되고, 매출이 2.8% 올라 실적 개선을 기대했지만,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손실 악순환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홈플러스는 이번 회생절차 신청이 사전예방적 차원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2월28일 공시된 신용평가에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많은 개선 사항들이 반영되지 않아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에서는 회생절차 시기와 맞물리며 내당점 폐점이 결정됐다. 내당점은 2008년 영업을 시작한 점포다. 홈플러스 측은 2023년 자산 유동화 차원에서 건물을 매각한 뒤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으로 운영해 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 하반기 내당점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향후 해당 부지의 개발이 이뤄지면 신축 건물에 입점해 영업을 재개할 수 있으나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대구경북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홈플러스는 1997년 출범한 삼성물산 유통 부문의 할인점 사업이 모태다. 대구와 인연이 있던 삼성은 그해 9월 대구에 1호점인 '삼성홈플러스'를 열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바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닥친 데다 정부의 대기업 사업 구조조정으로 홈플러스 창립 2년 만인 1999년 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에 경영권과 지분의 49%를 넘겼다.
테스코체제의 홈플러스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운영권이 넘어간 것. 이후 재무적으로는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상당한 부채 부담을 가진 상태여서 사업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전자상거래(이커머스)시장 급성장과 소비침체 장기화가 동반하면서 홈플러스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홈플러스 1호점(대구점)은 2020년 매각 계약이 체결됐고 2021년 11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대구경북에는 내당점을 비롯한 대구 7곳과 경북 8곳의 홈플러스 매장이 영업 중이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소식은 지역민에게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까지도 홈플러스 할인 행사에 맞춰 방문했는데 깜짝 놀랐다' '경기가 얼마나 좋지 않으면 큰 기업이 흔들리냐'며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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